영국과 미국의 한 공동연구팀이 사람의 피부에서 가장 외피층을 형성하고 있는 표피(表皮) 부위를 최초로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특히 이 실험실 배양 표피는 실제 사람의 피부와 마찬가지로 투과장벽 기능(functional permeability barrier)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 한층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체에서 추출한 만능줄기세포를 배양해 얻어진 이 표피가 의약품 과 화장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비용효율적인 대체 실험모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피부질환을 겨냥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가능할 것임을 유력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의대의 두스코 일리치 박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보훈병원의 테오도라 모로 박사가 주도한 공동연구팀은 학술저널 ‘줄기세포 보고’(Stem Cell Reports) 24일자 최신호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및 유도 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기능적 표피 투과장벽의 3D 실험실 모델’.
이와 관련, 표피는 인체와 외부환경의 보호 경계면을 형성하는 관계로 수분의 증발을 예방하고 세균이나 독성물질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패역할을 수행하는 부위이다.
하지만 의약품이나 화장품을 테스트하는 데 필요한 투과장벽 기능을 지닌 표피를 배양하기 위한 연구는 이제까지 실패를 거듭해 왔던 형편이다. 더욱이 하나의 피부 생검샘플을 배양해 대규모 유효물질 스크리닝에 필요한 세포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실험실 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따랐던 것이 현실이다.
일리치 박사와 모로 박사 연구팀이 이번에 만들어낸 것은 사람의 유도 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피부 외피층을 구성하는 각질세포를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사람의 배아줄기세포 및 피부 생검샘플로부터 추출한 실제 각질세포와 거의 일치한다는(closely match)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에 배양에 성공한 각질세포들은 습도가 높거나 낮은 환경에서 투과장벽 기능을 갖는 3D 표피 등가물(3D epidermal equivalents)을 만들어 내는 데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언급했다.
또한 이 각질세포들은 투과장벽 기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수분소실을 예방하고, 유해한 화학물질이나 독성물질, 세균 등이 체내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무엇보다 유도 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들어낸 표피 등가물(等價物)은 피부 생검샘플로부터 얻어진 배아줄기세포 및 각질세포와 마찬가지로 실제 사람의 피부 외피층과 비교했을 때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no significant difference) 연구팀은 강조했다.
모로 박사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없는 표피를 제한없이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어린선(魚鱗蘚: 전신에 뱀 껍질이나 물고기 비늘처럼 보이는 피부각질이 나타나는 증상)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 유전자 변이로 인해 피부장벽 기능에 결함이 초래되는 다양한 피부질환들을 연구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피부장벽 기능의 발달 및 손상 기전과 손상된 피부장벽 기능의 회복을 촉진하는 연구 등에도 이 모델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리치 박사는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한 표피 등가물이 의약품이나 화장품을 테스트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사용된 줄기세포의 출처(source)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피부를 배양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각종 피부질환을 겨냥한 맞춤연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