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내성균 문제 ‘이이제이’ 전략으로 극복~
인위적 조작한 대장균으로 녹농균 감지ㆍ박멸 유도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1-08-17 01:27   수정 2011.08.18 08:50

‘손자병법’에 보면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이 나온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어한다는 의미가 담긴 표현이어서 이를테면 손안대고 코풀기 정도에 해당하는 말이다.

싱가포르의 한 연구팀이 바로 이처럼 인체에 무해하고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 균주를 이용하는 이이제이 전략으로 약물내성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의 실현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들어 병원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약물내성균 문제가 면역계가 약화되어 있는 환자들에게는 자칫 치명적일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던 형편임을 상기할 때 매우 주목되는 것이다.

싱가포르 난양(南洋)이공대학 화학‧생물의공학부의 장욱 교수 연구팀은 계통생물학 분야의 국제적 학술저널 ‘분자 계통생물학’誌 온-라인版에 16일 표지논문으로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조작을 가한 세균을 이용해 사람 병원균의 일종인 녹농균을 감지하고 박멸하는 연구’.

‘분자 계통생물학’誌는 ‘네이처’誌를 발간하고 있는 네이처 그룹과 유럽 분자생물학협회(EMBO)가 함께 발간하는 권위있는 저널로 알려져 있다.

장 교수팀은 사람의 장 속에 흔히 존재하는 대장균의 균주를 이용해 원내감염균의 일종인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을 퇴치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었다. 대장균 내부에 다른 균들의 DNA 일부를 삽입한 합성 유전자 시스템(synthetic genetic system)을 만들어냄으로써 녹농균을 감지하고, 치명적인 독소의 일종인 피오신(pyocin)을 생성시켜 이를 박멸토록 유도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던 것.

그 결과 연구팀은 인위적인 조작을 거친 대장균이 녹농균 생균의 증식을 99%까지 억제했을 뿐 아니라 녹농균의 생체막(biofilm) 형성을 90% 가까이 억제했음도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 사용된 대장균은 다수의 항생제들이 유익한 세균들과 유해한 세균들을 구분하지 않고 공격하는 것과 달리 녹농균만 유일한 표적으로 삼아 공격했다는 뚜렷한 차이점이 눈에 띄었다.

이에 따라 장 교수는 이번 시험에 이용된 방법이 녹농균 뿐 아니라 다른 유해한 세균들을 공격하는 데도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장 교수는 아울러 가까운 장래에 임상시험이 착수될 수 있기를 요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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