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RNAi 기술’ 신약개발 접목 시기상조?
선도 제약사 로슈 R&D 중단 발표로 삐걱 징후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0-11-26 00:29   수정 2010.11.26 07:20

지난 2006년 노벨의학상의 영예는 이중나선 구조를 띈 RNA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RNA간섭(RNAi) 과정을 발견한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앤드류 파이어 교수와 매사추세츠대학의 크레이그 멜로 교수에게 돌아간 바 있다.

RNA 분자의 이중나선 구조를 변화시켜 각종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생산을 차단하는 것이 바로 이 RNAi 기술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각종 질병이 유발되는 과정에 주범(主犯)으로 관여하는 단백질들의 작용을 차단하고 무력화시키는(silencing) 고도의 기술이 바로 RNAi 기술이다.

그 후로 RNAi 기술은 획기적인 신약개발이라는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급부상하면서 이 분야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메이저 제약기업들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기존의 간판제품들이 굴비 엮이듯 특허만료에 도달하는 반면 후속신약의 개발은 여의치 못한 현실에서 R&D 병목현상에 물꼬를 틔워줄 새로운 노하우로 시선이 집중되었기 때문.

실제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는 2006년 12월 영국 도만티스社(Domantis)를 4억5,400만 달러에 인수키로 한 데 이어 2008년 4월 6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지급키로 하고 미국 레귤러스 테라퓨틱스社(Regulus Therapeutics)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했으며, 올해 4월에는 미국 아이시스 파마슈티컬스社(Isis)와 최대 15억 달러를 건넬 것을 약속하고 손을 잡았다.

머크&컴퍼니社의 경우 2006년 10월 미국 서나 테라퓨틱스社(Sirna Therapeutics)를 11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고, 화이자社도 2007년 1월 미국 마이러스 바이오 코퍼레이션社(Mirus Bio)와 제휴계약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社 또한 2007년 7월 영국 사일런스 테라퓨틱스社(Silence)와 파트너 관계를 구축했다.

이쯤되면 일일이 관련사례들을 들먹이기조차 힘겹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경쟁 제약기업들과 마찬가지로 RNAi 기술을 미래 R&D 방향의 축으로 택하고 주력할 태세를 보였던 로슈社가 지난 17일 독일 쿨름바흐와 미국 뉴저지州 뉴틀리 및 위스콘신州 매디슨 등에 소재한 RNAi 기술 연구시설들을 폐쇄하고, 관련연구도 중단키로 했다는 방침을 내놓아 얼핏 고개가 갸웃거려지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은 향후 2년여 동안 전체 재직인력의 6%에 해당하는 4,800여명을 감원하겠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플랜을 발표할 당시 포함되었던 것이다.

로슈社 역시 지난 2007년 7월 3억3,100만 달러를 건네는 조건으로 미국 앨나이램 파마슈티컬스社(Alnylam)와 독점 라이센싱 제휴계약했을 뿐 아니라 이듬해 7월에는 먼저 화이자社가 제휴계약을 맺었던 미국 마이러스 바이오 코퍼레이션社를 인수하는 등 RNAi 기술 확보경쟁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음을 상기하면 더욱 궁금증이 증폭되게 하는 뉴스이다.

이와 관련,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그 동안 한쪽 면만 부각되어 왔던 RNAi 기술 분야의 불투명한 반대쪽 측면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징후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슈가 3년여 전 앨나이램측과 제휴계약서에 서명할 당시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RNAi 기술의 개발이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로슈측이 지나치게 높은 대가의 지불을 약속한 것일 수 있다며 신중한 진단을 내렸던 일을 오버랩시키는 대목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RNAi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회의 가능성과 경쟁이 덜하다는 매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따라서 회사의 새로운 전략적 방향과도 더 이상 부합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로슈와 관련한 보도가 나온 배경을 풀이했다.

로슈社의 대리언 E. 윌슨 대변인도 BT 분야의 한 전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RNAi 기술을 신약개발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돌출했던 문제점들을 일부 해소하는 등 지금까지 성과가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세포전달 등에서 걸림돌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RNAi 기술을 접목시켜 개발될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신약들의 적응증이 현재 회사의 R&D 전략의 방향과 궤를 달리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슈측이 RNAi 기술을 접목시켜 개발한 신약후보물질들의 임상시험을 맡기로 지난해 5월 합의했던 캐나다의 테크미라 파마슈티컬스 코퍼레이션社(Tekmira)는 로슈의 발표가 나온 같은 날 제휴관계를 종결짓기로 했다고 공표했다.

반면 앨나이램 파마슈티컬스社와 구축한 파트너십 관계 등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크미라는 RNAi 기술 개발분야에서 상당히 앞서가는 개척자格 제약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이날 테크미라社의 마크 J. 머레이 회장은 “지난 수 년동안 로슈측과 생산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향유해 왔던 만큼 이제 로슈가 R&D 역량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로 한 전략적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앨나이램측 또한 노바티스社와 맺었던 1억 달러대 옵션이 무산되자 지난 9월 상당폭의 인력감원 플랜을 내놓으며 삐걱거리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새로운 첨단 신약개발 방법론으로 떠오른 RNAi 간섭 기술과 관련해 고개를 들기 시작한 항간의 우려섞인 관측이 괜한 “간섭”에 불과했던 기우로 귀결될 수 있을지 추이를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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