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이 새로운 성장 무대로 유럽과 중동을 주목하고 있다. 중화권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시장을 거점으로 한 확장세가 나타나면서, 그 흐름이 유럽과 중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표한 ‘2025년 K-뷰티의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이들 지역이 K-뷰티의 ‘다음 성장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이 자체 데이터 및 ITC, Eurostat, 중국해관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2024년 수출액 기준 글로벌 화장품 산업 수출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11.2%의 비중으로 프랑스(15.9%)에 이어 수출 2위국에 올랐다. 미국(8.1%), 싱가포르(6.4%), 독일(6.2%), 중국(5.3%) 등과의 상당한 격차도 확인됐다. 최근 수출 흐름을 살펴보면, 유럽과 중동 지역이 K-뷰티 수출지로서 빠르게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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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분기엔 유럽·러시아가 K-뷰티 수출의 34%를 차지하며 최대 수출지로 올라섰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에서의 점유율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2024년 기준 한국 화장품의 유럽 내 수출 순위는 국가별로 6-11위권에 머물렀고, 중동 주요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서도 각각 6위와 3위를 기록했다. 빠르게 증가하는 수출 규모에 비해 시장 내 존재감은 아직 본격적으로 확대되지 않은 상태다.
기초 중심 전략으로 유럽 확산 가속화
삼성증권 이가영 애널리스트는 “최근 K-뷰티는 시장의 성장에 기댄 것이 아니라, 독자적 카테고리로서 시장을 조성하며 '나 홀로' 성장을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 세계 상위 수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했으나, 한국만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선 전통 브랜드를 넘어서는 점유율 성장세를 보이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온라인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3-2024년 미국 이커머스 화장품 판매액 분기별 성장률을 살펴보면, 시장 전체는 평균 22.5% 상승했으나, K-뷰티는 63.0% 올랐다.
미국에서 K-뷰티는 기능 중심의 기초 화장품에 집중하고, 인디 브랜드의 감성 및 포지셔닝을 기반으로 틈새 수요를 공략해왔다. 이커머스 채널 확장과 SNS를 통한 바이럴 효과,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설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통 뷰티 브랜드와는 다른 접점을 형성해왔다. 실제로 K-뷰티는 미국 전체 스킨케어 시장에서 2021년 대비 2023년 2배 이상의 점유율 상승을 기록했고, 인기 제품은 주요 유통 채널에서 Top 10에 오를 정도로 빠른 확산력을 보였다. 이 애널리스트는 “레퍼런스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이 유럽이나 중동 등 신규 시장으로 확산되는 단계에 있다”고 평가한다.
유럽 내 세부 지역을 보면 러시아가 전체 한국 화장품 수출의 22%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주요 유통 채널의 화장품 베스트셀러 상위권 상당수를 한국 화장품이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멀티 브랜드숍(MBS) ‘골드애플(Gold Apple)’의 화장품 판매 TOP10 중 4개가 K-뷰티 브랜드 제품이며, 특히 기초 화장품의 경우 10개 중 6개가 한국 브랜드 제품으로 집계됐다.
러시아뿐 아니라 폴란드(13.7%), 영국(10.4%), 프랑스(8.2%), 네덜란드(5.3%) 등 중동부 유럽을 중심으로도 확산세가 관찰되고 있다. 수입 주체별로는 독일(11.9%), 영국(11.6%), 프랑스(10.3%) 등 서유럽 주요국도 K-뷰티 수입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유럽·중동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주목받는 배경 중 하나로는 더마 뷰티의 주요 타깃인 ‘기초 및 선케어 중심의 글로벌 소비 트렌드’가 꼽혔다.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기초·선케어 제품군은 전체 시장의 60~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이커머스 시장 내 한국 화장품 매출에서 기초(85%)와 선케어(6%)를 합친 비중은 91%에 달한다. 피부 관리에 집중하는 흐름이 K-뷰티와 높은 접점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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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국가와 경쟁… 차별화 전략은
이 애널리스트는 유럽·중동에서의 경쟁 구도를 ‘화장품 강국 프랑스와의 정면 승부’로 인식하는 것보다는 미국·독일 등 실용주의 노선의 수출국을 경쟁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한다. 이들 국가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흐름과 달리 K-뷰티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실용주의 노선과는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글로벌 확산 과정에서의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 애널리스트는 “화장품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중 2.7%, 전체 수입액 중에선 1.4%에 불과해 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거기다 미국 내 화장품 생산비는 상대적으로 높고 고용창출 효과도 크지 않아, 산업 보호조치보다는 수입 유지를 통한 물가 안정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일부 한국 ODM 기업들은 미국 내 현지 생산 옵션도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생산 단가 및 제형 차이 등으로 인해 국내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각 시장에 특화된 접근보다 고유의 강점을 명확히 전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부분도 강조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K-뷰티의 핵심 소구점은 로 △우수한 품질 △빠른 신제품 출시 속도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주요 미국·중국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누아의 ‘어성초 토너’, 바이오던스의 ‘하이드로겔 마스크’, 조선미녀의 ‘쌀 선크림’, 메디큐브의 ‘제로모공패드’ 등 히트상품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기록한 사례를 언급하며 K-뷰티만의 소구점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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