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육성 구호 어디로 갔나" 업계 볼멘소리
거듭되는 약가인하로 수익성 악화일로 "내일이 없다"
최근 몇 년간 제약업계는 쉴 새 없이 가슴을 졸이며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압력을 받아왔다.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자 했던 정부의 생각은 결국 제약업계를 옥죄며 제약산업의 위기를 불러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부의 약가제도 변화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약가제도 변화가 계속적인 약가인하를 가져오면서 제약회사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가격의 문제는 곧 생존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제약업계의 볼멘소리는 오늘도 계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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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업계 '핫이슈' 넘어 ‘생존’ 담보
정부가 지난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도입한 이후 제약사 약가 담당자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바빠졌다.
약가에 대한 심의나 결정이 이뤄지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면 현장에서 제약사 약가 담당자들의 분주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약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라도 하면 정부에 대한 원망섞인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약가를 둘러싼 문제는 관심을 넘어 '핫이슈'로 떠오른지 오래다.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이태근 과장은 "리베이트 약가연동제 도입 이후 골프치는 의사들의 수가 확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그만큼 이제는 약가가 정책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재정의 안정화를 위한 약가제도를 표방했던 정부도 이제는 약가인하정책의 힘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의 불만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를 위한 약가인하에서 약가인하를 위한 제도운영을 하고 있다는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특명 '약가를 낮춰라'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후 제약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기존에 약가를 관리하던 약가인하 기전들과 함께 새로운 기전들이 추가되면서 제약업체마다 고민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것.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기존의 모든 의약품을 보험적용 대상으로 하는 관리방식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 위주로 보험적용하는 선별등재방식으로 변화되고 비용 지불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신약의 등재여부와 가격에 대해 협상하는 절차를 도입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용량-약가 연동제,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 인하,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등의 약가관리 방안이 새롭게 적용됐다.
이 제도 변화는 제약업계가 기존의 약가재평가, 실거래가 상환제 사후관리 등을 통해 약가 인하의 위협을 받아온 것 이상의 강력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신약의 등재 절차가 이중으로 나뉘며 등재에 따른 시간이 길어짐은 물론 제약사가 원하는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단과 협상 테이블에서 만나야 했다.
하지만 등재를 하지 못하면 다시 등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원칙 상 공단과의 가격 협상 절차를 통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에 대해 약가가 20% 인하되면서 자연히 등재되는 제네릭의 가격도 인하됐다.
아울러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은 시범사업만 2년여의 기간동안 진행되며 정부와 제약업계 모두 서로 생채기를 남긴 채 마무리 됐다.
기존에 등재가 되어 있던 의약품을 약효군별로 경제성 평가를 실시해 순차적으로 등재목록을 정비하고 가격을 조정하도록 하는 사업의 특성상 제약업계는 긴장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가격인하 뿐 아니라 자칫 보험등재목록에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시범사업은 예상했던 일정이 1년 이상 늦어졌고 약가 인하 방식도 성분별에서 품목별 인하로 변경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 사이 제약업계는 하루하루 숨죽이며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약가가 최대 37.5%까지 인하된 시범평가 과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정부의 약가정책의 시작점에 불과했다.
고지혈증치료제와 편두통치료제의 두 약효군만을 정비했던 시범사업과 달리 앞으로 경제성평가 과정을 거쳐야 할 약효군이 산적해 있는 데다 정부가 기등재약에 대해 동일성분 동일약가제도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약가제도, 제약 "부담 백배 가중"
2009년 들어 제약업계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가 리베이트에 대한 해결책으로 약가 인하조치를 내걸면서 다시 약가 인하의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는 7월 중순 ‘의약품 가격 및 유통 TFT’(이하 유통 TFT)를 출범하고 약가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다. 뚜껑을 연 유통 TFT의 제도개선 방향에 제약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연이은 약가제도와 관련한 정부의 규제로 제약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 TFT는 최근 평균실거래가제도와 연계해 저가구매인센티브제, 특허만료 약가 및 제네릭 약가 수준 하향조정, 기등재약에 대한 동일성분 동일약가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가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동일성분․동일함량 의약품의 상한금액을 동일가격으로 조정하고 저가구매 유인을 통해 시장경쟁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임종규 유통 TF팀장은 "리베이트는 제도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문제점이 있다면 제도를 바꿔주면 된다"며 "의약품 거래제도와 가격제도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의약품거래제도와 가격제도의 개선이 불가피 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개선안에 포함된 내용이 모두 제약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제약업계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제약산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라며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균실거래가제도 도입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를 최대 50%까지 인하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에 제약업계는 생존권을 건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유통 TFT의 개선안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파장을 분석하기 위해 외부 용역 연구를 의뢰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석결과를 근거로 제약업계의 대안을 마련해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의 기본적인 목적은 수익인데 약가 제도 변화로 인해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 제약사도 한계 상황에 다다를 것"이라며 "결국 제약사의 연구개발은 없어지고 생존자체가 불투명해진다"고 지적했다.
제약산업 육성구호 어디로 갔나?
제약업계는 보험약가제도의 변화로 리베이트 척결과 건강보험재정 효율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정부의 시각과는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의 도입으로 리베이트가 일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대상이 입원환자의 원내처방분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전체 판도의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건강보험재정 효율화에 대한 부분도 회의적이다. 인센티브를 의식한 의료기관의 처방행태에 따라 재정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긍정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지만 또 다시 약가인하를 무기로 제약업계를 압박한다면 도약을 꿈꾸는 제약산업의 목표가 무너지게 된다”고 역설했다.
결국 제약업계는 이번 제도 개선안 또한 약가인하 효과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며 지금까지와 다름 없는 제약산업 발목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방침을 스스로 부정해 버리고 있는 모양새다.
제도변화를 통해 리베이트 척결과 건강보험재정 효율화를 이뤄내려면 약가인하를 위한 제도 변화가 아닌 제약산업의 기를 살려주면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약산업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정부도 인식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압박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부와 제약업계 모두 지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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