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사 부족현상 "藥도 없다"
빈자리 급증...외국약사 수입 불가피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1-06-04 06:42   
볼륨 확대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드럭스토어 체인업체들이 갈수록 심화되는 약사 부족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규모만 1,320억달러에 달하는 드럭스토어 체인업계의 장기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약사 부족현상은 전반적인 노령화 추세에 따른 처방약 매출증가 추세와 맞물려 노정되고 있는 것이어서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美 체인드럭스토어연합회(NACDS)에 따르면 오늘날 의사를 방문하는 환자 5명 중 4명이 처방전을 발급받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을 정도.

이와 관련, 제약 애널리스트들은 약사 부족현상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외국약사를 수입하는 길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애리조나大 약대는 약사 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이 약물사용법을 소홀히 하거나 부적절한 약물을 복용한 결과로 지출되는 비용이 연간 1,77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의 경우 약물오용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21만8,000여명에 달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라는 것이다.

레만 브라더스社의 제약소매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아들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약사 부족현상이 호전될 기미는 엿보이지 않으며, 이 같은 현상은 모든 직종에서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드럭스토어 체인업계는 약사부족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입장이다. 주요 업체 3곳의 전체 매출에서 의약품이 점유하는 비율이 60%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한 예로 지난 2월 현재 드럭스토어 체인업체들에 공석으로 남아 있는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 약사직만도 6,920개에 달해 2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의 드럭스토어에 취업해 있는 총 약사수 10만6,000명의 7%에 육박하는 수준.

이처럼 약사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관련, 미국 2위의 드럭스토어 체인 CVS의 대변인 마이크 드 앤젤리스는 "무엇보다 약대 교육연한의 연장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약학교육은 5년제(1년의 OJT교육 포함)를 근간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들어 Pharm.D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6년이 소요되고 있다.

약사 채용대행 사이트 'PharmacyChoice.com'의 스티븐 크로크 회장은 "미국내 82개 약학대학들이 모두 강화된 요건에 부합되는 약사를 배출해 현재의 부족현상을 완화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적어도 오는 2007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드럭스토어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약사들에게 더 좋은 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약사 부족현상의 한 요인이라고 꼽고 있다. 美 약학대학협의회 수잔 마이어 부회장은 "90년대 들어 80년대 보다 더 많은 약사들이 배출됐음에도 불구, 약사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앞찌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만4,000여명의 약사를 고용하고 있는 제약기업들과 관리의료회사들은 지금도 경쟁력을 갖춘 유능한 약사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스톡옵션, 주택·자동차 구입비 지원 등 각종 특전제공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제약회사에 재직하는 약사의 평균연봉은 9만5,000달러(특전 포함). 반면 전통적인 개념의 소매체인점에 근무하는 약사들은 연간 7만5,000달러 정도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드럭스토어 체인업체들은 퇴직자 재취업, 휴가기간 연장, 스톡옵션 등의 당근을 제시하며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데 심혈을 쏟고 있다.

레만 브라더스의 아들러는 "그러나 약학대학 졸업자들을 대량으로 찍어낼(minting)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 문제해결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보건省은 약사직능과 약학교육에 근본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가까운 미래에 현행과 같은 약사 부족현상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심각한 약사 부족현상에 직면하고 있는 곳은 미네소타州·텍사스州·아이오와州·켄터키州·위스콘신州·웨스트 버지니아州 등이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최대의 드럭스토어 체인 월그린 등이 대대적인 매장 확대전략을 추진 중에 있는 플로리다州와 캘리포니아州도 동일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그린은 2000년대의 10년 동안 매년 매장수를 500곳 가까이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약사 부족현상이 매장수 확대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VS도 "코네티컷州 등에서 약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매장확대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말까지 라스베이가스에 매장 4곳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예정대로 추진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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