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은 미련없이 버린다."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일 경우 과감히 조기에 연구를 중단하는 제약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한 우물 파기를 고집하기 보다는 개발 후기단계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고, 이를 신규 프로젝트나 전임상 쪽으로 돌려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
이 같은 내용은 美 터프츠 약물개발센터의 자료분석 결과에서 도출된 것이다.
이 센터의 케네스 케이틴 소장은 "제약기업들이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갈수록 효율성을 강조함에 따라 가망성이 낮은 약물일 경우 이전보다 발빠르게 연구를 종결짓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16일 말했다.
이번 작업을 총괄한 조셉 디마지 박사는 24개 제약기업들로부터 신규화합물 임상시험 연구사례 관련자료를 제공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자료를 제공한 제약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신규화합물질을 합성했거나 연구중인 신약(IND)에 대한 허가신청서를 미국에서 가장 먼저 제출한 케이스였다.
IND 신청은 지난 1983년부터 92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을 대상으로 했으며, 성공률은 99년 말 현재시점을 기준으로 측정됐다.
그 결과 최근 10년의 기간 동안 연구를 포기하거나 신약을 발매하기까지 평균적으로 소요된 시간이 4.9년에서 4.3년으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가 실패로 결론나는 경우는 임상 2상에서 가장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연구사례의 절반 이상이 이 단계에서 실패로 귀결되었을 정도.
연구가 실패로 귀결되는 주요 이유와 관련, 디마지 박사는 '효능미흡'이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상 2상에서 연구가 실패로 돌아가는 데에 따른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제약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임상 1상 단계에서 결론이 도출될 수 있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연구 초기단계에서부터 개발 중인 신규화합물이 지니는 약물경제학적 분석에 착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예 임상 1상이나 전임상 단계에서부터 손익분석(risk-benefit analyses) 작업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
또 한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자체적으로 합성한 신규화합물의 성공률이 10~20%에 그쳐 라이센싱 계약을 맺고 위임연구를 수행한 경우의 25~40%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치료제群 별로는 항감염제의 성공률이 가장 높아 33%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마취·진통제가 28%, 중추신경계 약물이 23%, 심혈관계 약물 20% 등의 순을 보였다. 반면 호흡기계 약물은 12%에 불과해 9개 주요 치료제 그룹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디마지 박사는 이달 중 발간될 '임상 약물&치료학'誌에 전문을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