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요법] 흔들림 근원 다스리다…파킨슨병 한의학적 전신 관리 관점
‘내풍(內風)’과 장부 기능 저하로 본 파킨슨병의 한의학적 해석
침·한약·운동요법으로 접근하는 파킨슨병의 예방과 장기 관리 전략
편집국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07 06:00   수정 2026.01.07 08:24

파킨슨병의 한의학적 관리

몸 속의 지휘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질환.
한의학적으로는 몸 안의 회오리바람으로 표현되며, 장부의 기능저하를 확인하며 전신적 접근.

유덕주 경기 안양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한방재할의학과 전문의).

<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


■ 들어가는 글 
손이 떨리고, 몸통은 오히려 굳으면서 마치 춤을 추듯 경직되는 질환, 바로 파킨슨병입니다. 파킨슨병은 치매라 불리는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기에 주로 고령층에서 많이 발병하고, 떨림이나 복부 경직으로 인한 보행의 불편함으로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떨림 증상이 파킨슨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몸이 독립적인 생명체처럼 움직이거나, 반대로 움직이기를 거부하며 보행이 느려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파킨슨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인 떨림과 서동증(느려진 움직임), 복부의 경직과 같은 증상은 환자분들에게 큰 고통을 줍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흔들림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이 고요하지 못한 춤을 어떻게 멈추게 할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labiotech.eu/trends-news/axovant-parkinsons-disease-gene/

■ 파킨슨병의 서양의학적 접근
서양의학에서는 파킨슨병을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으로 설명합니다. 우리 뇌 깊숙한 곳인 ‘중뇌’에는 흑질(Substantia Nigra)이라 불리는 부위가 있으며, 이곳에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도파민은 몸의 움직임을 부드럽고 정확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흔히 ‘액셀러레이터 페달’에 비유됩니다. 
파킨슨병은 이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들이 원인 불명으로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뇌 속의 ‘도파민 공장’이 서서히 기능을 멈추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전신 근육은 도파민의 미세 조절을 받으며 움직이기 때문에,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그러한 제어가 잘 되지 않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서양의학적 치료에서는 레보도파(levodopa)라는 약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레보도파는 부족한 도파민을 뇌에 직접 공급해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는 마치 연료가 부족한 자동차에 기름을 보충해 당장의 주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 한의학적 접근 : 몸속의 '바람(風)'을 다스리는 지혜
한의학적인 시선에서는 파킨슨병을 단순히 뇌 하나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않고, 이러한 신경 퇴행이 발생하게 된 전신적 환경에 주목합니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환자분들은 흔히 "왜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서양 의학이 ‘도파민’이라는 물질의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보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기혈의 순환과 장부 기능의 불균형 속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즉, 뇌에서 나타나는 증상 역시 전신의 상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의학은 파킨슨병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그 내용을 차근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파킨슨은 몸 안의 회오리바람, '내풍(內風)'이다
​한의학에서는 파킨슨병의 핵심 증상인 떨림과 경직을 '진전(振顫)'이라 부르며, 그 원인을 '풍(風)'으로 설명합니다. 다만 이는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몸 안에서 스스로 발생한 '내풍(內風)'입니다.
간풍내동(肝風內動): 한의학에서 '간(肝)'은 근육의 움직임과 신체의 소통을 주관하는 장부입니다. 간의 음혈, 즉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간의 기운이 과도하게 치솟으면서 마치 마른 하늘에 회오리바람이 이는 것처럼 몸에 떨림이 나타나게 됩니다.
​혈허생풍(血虛生風): 혈이 부족하면 피부와 근육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가뭄이 든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뒤틀립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풍(風)이 손발의 떨림을 유발합니다.

​2. 뿌리가 약해진 나무: '간신음허(肝腎陰虛)'
​파킨슨병은 주로 노년기에 발생하며, 한의학에서는 이를 비롯한 퇴행성 변화를 '뿌리가 마른 나무'에 비유합니다. ​우리 몸의 근본적인 생명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부는 '신장(腎)'이며, 근육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은 ‘간(肝)’이 담당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 두 장부의 진액, 즉 수분과 영양이 고갈되는 상태를 ‘간신음허’라고 합니다. 뿌리인 신장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줄기인 간이 마르고, 그 결과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나무처럼 몸이 떨리고 경직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한의학적 치료는 단순히 떨림을 억제하는 '가지 치기'가 아니라, 뿌리에 물을 공급하는 '보간신(補肝腎)' 치료에 초점을 둡니다.

​3. 노폐물이 흐름을 막다: '담음(痰飮)'과 '어혈(瘀血)'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몸 안에는 끈적한 노폐물인 ‘담음’과 정체된 혈액인 ‘어혈’이 쌓이게 됩니다.
​담음: 뇌로 향하는 기운의 통로를 막아 동작을 둔하게 만들고 정신을 흐릿하게 합니다.
어혈: 혈액순환을 방해해 근육의 경직과 통증을 유발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거담(祛痰)’과 ‘활혈(活血)’ 작용을 지닌 약재를 활용해 뇌 신경계의 소통을 돕습니다. 이는 서양의학적 약물 치료가 상대적으로 놓치기 쉬운, 몸 전체의 순환과 정화를 중시하는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의 운동요법. ©AI 이미지

■ 한의학적인 예방과 관리 및 치료법: 침과 한약, 뇌와 근육을 깨우는 부드러운 자극.
1. 운동요법: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우리 몸의 운동신경계는 적절히 사용될 때 더욱 활성화되는 특성이 있으며, 반대로 사용이 줄어들면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됩니다. 따라서 신경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운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파킨슨병은 움직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환인 만큼, 몸을 적절히 움직이고 긴장을 풀어주는 예방과 관리에 효과적입니다.
매일 30분 정도 걷기와 스트레칭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신경계의 퇴행을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혈의 소통을 도와 막힌 곳을 뚫어주는 도인(導引)의 과정’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태극권은 이 도인법의 가장 유명한 운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권장되는 동양의 운동요법입니다.
이미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고개가 앞으로 쏠리고, 등과 어깨가 말리며 구부정해지는 자세가 흔히 관찰됩니다. 반면 복부는 단단하게 경직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굽어진 몸을 펴고 경직된 부위를 이완시키는 방향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파킨슨병을 다스리는 한의학의 '삼총사' 약재
​- 천마(天麻) : "하늘에서 내려온 바람의 사냥꾼"
​천마는 이름부터가 '하늘(天)에서 내려와 마비(麻)를 치료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풍(風)'을 잡는 성스러운 약으로 통합니다.
​역할: 뇌 신경을 보호하고 경련을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비유: 몸 안에서 제어되지 않고 일어나는 '회오리바람', 즉 내풍을 그물로 낚아채듯 잠재우는 역할을 합니다. 어지럼증과 두통, 손발의 미세한 떨림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약재입니다.

​- 조구등(釣鉤藤) : "떨림을 낚아채는 갈고리"
​조구등은 가시 모양이 마치 낚시 갈고리(釣)를 닮은 덩굴나무(藤)에서 유래한 약재입니다.
​역할: 간의 열을 내리고 경련을 멈추게 하는 작용을 하며, 현대 약리학 연구에서도 신경 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비유: 요동치는 신체의 기운을 갈고리로 고정하듯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나 감정 변화로 떨림이 심해지는 환자에게는 ‘냉각수’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 숙지황(熟地黃) : "마른 뿌리를 적시는 검은 보약"
숙지황은 ​생지황을 여러 차례 찌고 말린 약재로, 한의학에서 진액과 혈을 보충하는 대표적인 약입니다.
​역할: 파킨슨병의 근본 원인으로 여겨지는 '간신음허(간과 신장의 진액 부족)'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비유: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처럼 메말라 있는 근육과 신경에 깊숙이 스며드는 단비와 같아, 굳어진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뇌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기초 토대가 됩니다.

3. 한의학적 치료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데 그치지 않고, 뇌와 몸이 스스로 조화를 이루며 소통하도록 돕습니다.
- ​침 치료: 특정 혈자리를 자극해 뇌 신경전달물질의 조절을 돕고 근육의 긴장을 완화합니다. 특히 머리 부위의 혈자리를 자극하는 '두침 요법'은 뇌 기능 활성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많습니다. 
머리 부위에는 ‘백회’, ‘사신총’ 등의 혈자리가 있으며, 귀 뒤쪽의 ‘예풍’ 혈자리는 이름 그대로 ‘풍(風)’을 예방하는 혈자리로 많이 쓰입니다. 또한 파킨슨병으로 인한 복부 경직을 완화하기 위해 ‘천추’, ‘중완’ 등의 혈자리를 함께 응용합니다.
- ​한약 치료: 부족한 음혈을 보충하고 내풍을 가라앉히는 ‘억간산’, '육미지황탕' 계열의 처방이 기본적으로 활용됩니다. 다만 체질과 원인에 따라 필요한 약재와 처방은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소음인은 ‘기혈허약’과 소화기 기능 저하로 인한 ‘담’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 ‘반하’, ‘작약’ 등이 사용됩니다. 소양인은 기운이 위로 치우쳐 풍이 생기기 쉬워 이를 억제하는 ‘방풍’, ‘복령’ 등이 활용되며, 태음인은 간열과 수습이 많아 풍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갈근’, ‘황금’ 등이 사용됩니다.


■ 마무리하며: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지혜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으로 완치보다는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서의학의 융합적 시각은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양의학이 고장 난 부품을 수리하거나 연료를 보충하는 공학적 접근이라면, 한의학은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흙을 고르고 물을 주는 생태학적 접근입니다. ​파킨슨병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서양의학의 도파민 처방으로 일상을 지켜내고, 한의학의 균형 중심 치료로 몸의 근본 환경을 개선한다면, 떨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건강한 삶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원에서는 몸 전체의 장부의 기능과 균형을 회복하는 근본 치료를 바탕으로,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맞춘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소 앞서 소개한 올바른 생활습관과 함께 한의학적 관리를 병행한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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