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ASP) 시범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병원 내 전담 약사의 역할이 제도적 기반 위에서 확대되고 있다.
한국병원약사회가 최근 발간한 병원약사회지 제43권 1호는 ASP 시범사업의 도입 배경과 운영 구조, 평가 체계, 재정 지원 규모, 약사 직무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해당 원고는 허은정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항생제관리팀장이 집필했다.
항생제 내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보건 위협으로 지목해 온 사안으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을 웃도는 항생제 사용량을 기록해 왔다. 이에 정부는 ‘제2차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2021~2025)’에서 ASP 도입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고, 2024년 11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ASP 시범사업은 2024년 11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3년 2개월간 운영된다. 대상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이며, 1차년도 78개 기관에 이어 2차년도에는 91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병상 규모와 평가 등급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며, 1,300병상 기준 병원의 경우 사전·사후 지원금을 합쳐 최대 12억6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사업은 의사와 약사를 필수 전담 인력으로 명시하고, 항생제 사용 감사·피드백, 제한항생제 승인 프로그램 운영, KONAS 가입 및 데이터 보고, CDI 감염 추적, 정기 교육 시행 등을 요구한다. 기본항목 4개 영역·10개 지표를 충족해야 하며, 가산항목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 구조다. 항생제 사용을 권고 수준이 아닌 지표 기반 관리 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특히 약사 인력 구조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18년 조사 당시 ASP 담당 약사 수의 중간값이 0명이었던 것과 달리, 2024년 시범사업 참여 기관의 평균 ASP 담당 약사는 1.49 FTE로 증가했다. 정부의 인력 및 예산 지원이 전담 약사 배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결과로 해석된다.
학술 발표 동향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2025년 한국병원약사회 춘·추계학술대회 접수 초록 160편 중 ASP 관련 주제가 19편(12.5%)을 차지했으며, 항생제 용량·용법 조정, TDM 권고, 주사항생제의 경구 전환, 가이드라인 기반 처방 중재 등 약사 주도의 중재 활동이 다수 보고됐다.
허은정 팀장은 시범사업이 국내 의료기관 ASP 활동을 양적·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담 약사의 임상 전문성 강화와 병동약사·전문약사 등과의 연계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2026년 1월 항생제 사용 관리 제도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된 점을 고려하면, ASP 활동은 향후 의료기관 운영의 필수 영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ASP는 더 이상 일부 병원의 자율적 관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재정 지원과 평가 체계를 갖춘 국가사업으로 전환되는 흐름에 놓여 있다. 그 중심에는 항생제 관리 전담 약사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