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 환자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어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머리가 둔하게 돌아간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들의 대다수가 졸음과 몽롱함을 빈번히 느낀다고 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전체 응답자들의 56%가 자신에게서 그 같은 증상이 나타난 원인이 항경련제를 복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대목이었다.
이번 조사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간질병사무국(IBE)이 최근 유럽 5개국에서 총 425명의 간질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 중 상당수가 업무수행이나 대인관계, 여가활동 등에 지장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령 다른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거나 길을 찾을 때 빈번히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일부 응답자들은 머리가 민첩하게 돌아가지 않아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안정된 직장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쇼핑 리스트·친구의 전화번호 등 기초적인 내용을 기억하는 데도 상당한 장애를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때 어느 정도 또는 상당정도 어려움을 느낀다(44%) ▲민첩한 사고활동이 어느 정도 또는 상당정도 어렵다고 느낀다(45%) ▲졸음 또는 피곤함을 어느 정도 또는 상당정도 자주 느낀다(59%) ▲나른하고 둔해짐을 어느 정도 또는 상당정도 느낀다(48%) ▲특별한 활동을 행하거나 목표를 달성해야 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63%)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장 피하고 싶은 부작용으로는 38%가 항경련제 복용 후 수반되는 졸음이나 피곤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다. 아울러 16%는 기억력 장애가, 13%는 나른함과 둔감함이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12명당 1명 꼴로 체중 및 식욕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한 간질퇴치운동단체의 대변인은 "이번 조사는 항경련제가 간질 환자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환자들이 의사의 상담도 받지 않은 채 항경련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의사의 상담을 받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증상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 올초 공개되었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간질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상담받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197명의 전체 응답자들 가운데 항경련제의 부작용에 대해 의사와 상담한 적이 전혀 없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어섰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