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이 혈전약 항응고 활성 저해 '도루묵'
간내 효소가 와파린 파괴하기 때문 추정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7-06 17:27   수정 2004.07.06 17:58
항응고제 와파린을 복용해야 할 환자들은 인삼 복용을 피해야 할 것임을 시사한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인삼을 꾸준히 복용해 온 이들이 와파린(쿠마딘)을 복용할 경우 INR値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

INR(Internation Normalized Ratio)이란 체내에 투여된 혈전약이 항응고 활성을 지나치게 발휘했는지, 또는 미흡하게 수행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혈액 테스트의 일종이다. INR値가 떨어졌다는 것은 혈전약의 항응고 활성이 충분히 나타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가 필요한 것은 와파린이 과량투여되었을 경우 출혈을 유발할 가능성이 증가하는 반면 투여량이 적으면 혈전 예방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와파린은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양상을 보이는 심방세동 환자들에게서 혈전이나 뇌졸중이 나타날 가능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물.

미국 시카고大 의대에 재직 중인 중국계 학자 천-수 유안 박사(마취·응급의학) 연구팀은 6일 발간된 '내과의학 연보'에 공개한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인삼과 와파린의 상호작용 가능성은 지난 1997년 당시 한 사례연구에서 처음으로 제기됐었다.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2주 동안 인삼을 먹은 결과 INR値가 급격히 떨어졌지만, 인삼을 멀리한 뒤에는 다시 원하는 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 당시 사례연구의 요지.

그러나 이후로 임상시험이나 동물실험을 통해 인삼과 와파린의 상호작용 문제를 입증한 후속연구는 눈에 띄지 못하고 있던 형편이다.

이에 유안 박사팀은 20명의 건강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4주 동안 시험을 진행했다. 피험자들에게는 첫째 주와 넷째 주에 와파린 5㎎이 1일 1회 3일 동안 투여되었고, 두째~세째 주에는 소분한 상태의 미국産 인삼 2g이 함유된 캡슐 또는 플라시보를 매일 복용토록 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이 인삼을 복용했던 두주 동안 INR値가 가장 크게 떨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안 박사는 "과거 수행되었던 연구사례들의 경우 인삼이 충분한 시간 동안 제공되지 못했기 때문에 항응고제와의 상호작용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던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한 주 동안 인삼을 복용토록 하는 것만으로는 간 내부의 효소들이 와파린을 완전히 파괴시키기에 미흡했으리라는 것.

따라서 와파린 복용자들은 인삼을 피해야 할 것이며, INR値를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와파린의 적절한 투여용량을 찾으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유안 박사는 피력했다. 아울러 인삼 복용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INR値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므로 유의가 필요하리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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