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도 제산제‧위식도 역류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펩시드’(파모티딘)가 성인 ‘코로나19’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임을 입증한 임상 2상 시험결과가 19일 공개됐다.
미국 뉴욕州 맨해셋에 소재한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FIMR) 생체전자의약품연구실의 산지타 S. 차반 교수 연구팀은 속쓰림을 치료하는 데 빈도높게 사용되고 있는 ‘펩시드’가 미주신경(迷走神經)을 활성화시켜 ‘사이토킨 폭풍’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이토킨 폭풍’은 체내에서 염증성 단백질이 너무 많고 빠르게 혈액 속으로 전달되면서 나타나는 중증 과잉 면역반응이자 ‘코로나19’의 특징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차반 교수팀에 따르면 의학 학술지 ‘분자의학’誌(Molecular Medicine) 5월호에 게재된 전임상시험에서 히스타민2 수용체(H2R) 길항제의 일종인 ‘펩시드’를 투여한 마우스들에게서 ‘사이토킨 폭풍’이 예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차반 교수팀에 따르면 놀랍게도 ‘펩시드’는 간접적으로 이 같은 작용을 나타냈음이 눈에 띄었다.
뇌에서부터 경부를 거쳐 체내의 각 기관까지 연결되는 미주신경에 의한 신호전달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차반 교수팀은 이처럼 미주신경에 의한 신호전달의 증가가 ‘펩시드’를 주사한 마우스들에게서 ‘사이토킨 폭풍’이 중단된 사유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미주신경을 절단한 결과 ‘펩시드’의 ‘사이토킨 폭풍’ 중단효과 또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차반 교수는 “최근 이루어진 일련의 관찰연구와 임상시험에서 위식도 역류증을 치료하는 데 다빈도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인 ‘펩시드’가 ‘코로나19’ 증상들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임이 시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작용이 나타나는 구체적인 기전은 아직까지 정확하지 규명되지 못한 단계라고 차반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펩시드’가 미주신경의 작용을 촉발시켜 항 염증성 분자물질들이 방출되도록 하는 신호를 전달하고, 이에 따라 체내에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염증이 억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차반 교수팀에 앞서 같은 연구소의 케빈 J. 트레이시 소장이 총괄한 연구팀이 지난 2000년대 초 미주신경이 체내의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을 발견한 바 있다.
이 같은 과정은 현재 ‘염증반사’(inflammatory reflex)로 불리고 있다.
이 같은 염증반사 또는 미주신경의 작용이 저해되면 염증이 활발하게 나타나면서 류머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의 염증성 질환들이 나타나는 데 단초를 제공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레이시 박사팀은 뇌와 신체 사이의 이 같은 피드백 고리(feedback loop)를 규명해 생체전자 의약품 및 신경조절 분야를 개척한 학자의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체전자 의약품은 디바이스를 사용해 미주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으로 염증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분야를 말한다.
차반 교수는 이번에 확보된 새로운 자료가 미주신경이 ‘코로나19’에 수반되는 위험스러운 ‘사이토킨 폭풍’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실제로 ‘펩시드’를 마우스들에게 투여한 결과 혈액과 비장 내 사이토킨 종양괴사인자(TNF) 및 인터루킨-6의 수치가 크게 감소하면서 생존률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은 염증반사가 ‘펩시드’의 작용기전에 관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차반 교수는 풀이했다.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 생체전자의약품연구실의 황양 부교수는 “제산제인 ‘펩시드’가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데다 안전할 수 있을 것임을 규명한 것은 중요한 의의를 부여할 만한 부분이지만, 구체적인 작용기전을 이해하는 일 또한 못지않게 중요해 보인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비단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른 염증성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도 새로운 접근경로를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펩시드’가 차후 염증반사를 활성화시켜 염증을 억제하는 용도로도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게 될 것인지 주시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