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앓는 코로나19 확진자 “위태로운 환자생활”
사망률 2.12배 ↑..혈압약 복용 안 하면 2.17배 껑충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6-10 06:20   수정 2020.06.10 09:04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고혈압을 앓지 않는 환자들에 비해 2배 높게 나타났다는 요지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이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률이 한층 더 높게 나타나 주의를 환기시키게 했다.

중국‧아일랜드 공동연구팀은 의학 학술지 ‘유럽 심장저널’에 지난 4일 게재된 ‘고혈압 및 항고혈압제 복용과 ‘코로나19’ 사망률의 상관관계: 후향적 관찰연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지난 2월 5일부터 3월 15일 사이에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의 1,000병상 규모 대형병원 화신산의원(火神山醫院)에 입원한 2,866명의 ‘코로나19’ 환자들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었다.

이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들만 치료하기 위해 지난 2월 5일 문을 연 병원이었다.

입원환자들 가운데 29.5%에 해당하는 850명은 고혈압 병력(病歷)이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중국 산시성(陜西省) 시안(西安)에 소재한 시징의원(西京醫院)의 페이 리 교수 및 링 타오 교수 연구팀이 분석작업을 진행한 결과 ‘코로나19’를 확진받았던 850명의 고혈압 환자들 가운데 4%에 해당하는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혈압을 앓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 그룹의 경우에는 2,027명 가운데 2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사망률이 1.1%에 불과했다.

연령대나 성별, 기타 다른 질환 유무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고혈압을 앓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사망률이 2.12배 높게 나타났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고혈압 환자이면서도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았던 ‘코로나19’ 확진자 그룹의 경우 140명 가운데 11명이 사망해 더욱 높은 7.9%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이것은 항고혈압제를 복용했고 고혈압을 앓는 ‘코로나19’ 확진자 그룹에서 710명 중 23명이 사망해 3.2%의 사망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17배 높은 수치에 해당했다.

리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사망할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현재의 판데믹 상황에서 고혈압 환자들은 증상관리에 주의해야 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 유무에도 각별한 유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뒤이어 “이번 연구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들 가운데 140명이 여러 가지 사유로 항고혈압제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의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또 “당초 우리가 제시했던 가설과 달리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저해제들이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들(ARBs)과 같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계열(RAAS) 저해제들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의 증가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히려 환자들이 사망하지 않도록 보호할(protective)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사의 지시가 없는 한 환자들이 항고혈압제의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항고혈압제로 변경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리 교수는 덧붙였다.

타오 교수는 “지난 2월 초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한 후 고혈압 환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수치가 경도 ‘코로나19’ 환자들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타오 교수는 일부 학자들이 RAAS 저해제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촉진시켜 환자들의 ‘코로나19’ 감염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과 관련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놀랍게도 당초 제시했던 가설과 달리 ACE 저해제 ARBs 복용환자들에게서 정반대 상관성이 나타났다는 것.

타오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가 임상적 증거 기반 직무수행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뒷받침하는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불구,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병원에서 관찰연구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임을 지적하면서 이번 연구의 결론을 근거로 임상적 권고안을 제시하기에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RAAS 저해제들이 행하는 역할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으려면 피험자 무작위 분류를 거치 잘 관리된 임상시험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

타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도출된 자료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서 “환자들이 복용해 왔던 항고혈압제를 중단하거나 변경하지 말 것을 요망하고 있는 유럽 심장병학회(ESC)의 권고내용을 지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에서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피험자 무작위 분류 임상시험은 국립 아일랜드대학교 골웨이 캠퍼스에서 J. 윌리엄 맥보이 교수 및 패트릭 서루이스 교수의 총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은 ‘유럽 심장저널’에 게재된 보고서에도 공동저자로 참여한 학자들이다.

서루이스 교수는 “아일랜드에서 진행될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를 확진받은 고혈압 환자들에게 RAAS 저해제 또는 비 RAAS 저해제 가운데 어떤 약물을 복용토록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이 약물들이 ‘코로나19’를 확진받은 고혈압 환자들이 사망할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지 등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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