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 보면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어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이 눈에 띈다.
일부 숙성된 치즈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문제점을 감소시켜줄 수 있는 미생물의 존재가 미국의 한 연구팀에 의해 확인되어 ‘이이제이’라는 말을 재음미케 하고 있다.
치즈의 표면 부분에 서식하는 미생물로부터 숙성된 치즈를 섭취했을 때 유발되는 치즈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는 의미이다.
아이오와주립대학 동물학과의 스티븐 슈미츠-에서 부교수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誌의 온라인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誌(Scientific Reports)에 지난 16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히스타민 이화작용 경로로 추정되는 오스트리아산 경질치즈 서식 브레비박테리움과 치즈의 환경에 적응하는 플라스미드’이다.
슈미츠-에서 교수팀은 보고서에서 “치즈의 표면에 발생한 미생물군집을 면밀하게 관찰한 후 치즈 생산기술을 개선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미생물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콩테 치즈와 그뤼예르 치즈를 비롯한 다양한 경질치즈들은 원하는 맛과 향기를 얻기 위해 수 개월에 걸친 숙성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즈가 숙성되면 이 치즈의 표면에 서식하는 세균과 진균류의 표면에 생체막이 형성된다.
치즈를 제조할 때 인위적으로 주입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성된 이 같은 미생물군집은 숙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치즈를 유해균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슈미츠-에서 교수팀의 설명이다.
슈미츠-에서 교수는 “하지만 우리는 치즈의 표면에서 증식하는 미생물군집에 대해 놀랍도록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생물들이 발효과정의 부산물로 국소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히스타민을 만들어 낸다는 데 있다고 슈미츠-에서 교수는 지적했다. 식품에 포함된 히스타민의 수치가 높으면 발진이나 기타 알레르기 관련증상들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슈미츠-에서 교수팀은 치즈 제조업체들이 이 같은 미생물들에 대해 갖는 물음에 답하기 위한 연구작업을 진행했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오스트리아산 치즈의 표면 샘플로부터 미생물 균주들을 분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브레비박테리움(Brevibacterium)이라 불리는 세균종을 분리하고 3가지 상이한 유형의 유전체 배열을 확인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연구팀은 히스타민의 파괴에 관여하는 유전체들의 작용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뒤이어 실험실에서 이 세균들을 증식시킨 뒤 히스타민 파괴능력을 입증했다.
슈미츠-에서 교수는 “연구를 진행한 모든 브레비박테리움 균주들이 히스타민 수치를 감소시킬 수 있는 유전적 작용경로를 공유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이 균주들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면 숙성과정에서 히스타민 파괴에 관여하는 작용경로의 발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즉, 미생물들이 치즈의 숙성을 돕는 동시에 히스타민 수치를 낮추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