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소도시 버클리에서 탄산음료에 세금(soda tax)을 부과한 결과 음용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요지의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2015년 세금을 부과한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탄산음료 및 가당(加糖) 음료 음용량이 세금부과 이전의 시점이었던 지난 2014년 11월과 비교했을 때 52%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반면 물 음용량은 같은 기간에 29% 급증했음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52%라면 지난 2015년 조사에서 도출되었던 음용량 감소분 21%를 2배 이상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흔히 버클리대학이라 불리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가 소재한 버클리는 미국에서 탄산음료 및 가당음료에 처음으로 세금을 부과한 도시이다.
버클리대학 공중보건대학의 크리스틴 A. 매드슨 박사 연구팀은 학술저널 ‘미국 공중보건誌’(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지난달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탄산음료에 세금을 부과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조사한 탄산음료 소비량’이다.
미국에서 탄산음료세가 음료 음용습관에 장기적으로 미친 영향을 평가한 연구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탄산음료세가 보다 건강친화적인 음료 음용습관을 장려하는 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뇨병, 심장병 및 충치 등 설탕 관련질환들의 유병률을 낮추는 데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임이 유력하게 시사된 셈이다.
매드슨 박사는 “이번 조사결과가 탄산음료세의 유용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번 조사가 당뇨병이나 심장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수위가 가장 높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는 탄산음료세에 대한 사법적인 검토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할 만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와 워싱턴주 시애틀을 비롯한 일부 도시들은 탄산음료세를 도입한 반면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는 추후 탄산음료세의 도입을 금지키로 하는 법안을 지난해 통과시킨 바 있다.
매드슨 박사는 “비만이나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탄산음료 소비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이 매년 수 십억 달러에 달하는 데다 가격이 턱없이 저렴한 것이 현실”이라며 “탄산음료의 가격에 의료비가 포함되면 가격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매드슨 박사가 총괄한 연구팀은 지난 2014년부터 버클리에서 저소득층과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음료수 음용습관을 추적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했었다. 추적조사에 착수할 당시 버클리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의 76%는 탄산음료 1온당 1페니의 세금부과를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편 거주자들의 음료수 음용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매드슨 박사팀은 버클리, 오클랜드 및 샌프란시스코의 교통 혼잡지역에서 해마다 2,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왔다.
조사지역은 인종적으로나, 인구통계학적으로나 다양성이 눈에 띄는 곳에 속했다.
그리고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독 버클리에서 2014~2017년 사이에 탄산음료 소비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이처럼 음용량이 감소한 음료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서부터 ‘게토레이’나 ‘파워에이드’ 등의 스포츠 드링크, 설탕을 첨가한 차(茶) 및 커피에 이르기까지 가당음료 전반에 걸쳐 관찰됐다.
반면에 오클랜드 및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14년과 2017년의 탄산음료 및 가당음료 음용량에 별다른 차이가 도출되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버클리에서 나타난 양상이 미국 전체의 음료수 음용습관의 변화를 방증하는 결과는 아니었던 것이다.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는 각각 지난 2017년 중반 및 2018년 들어서야 탄산음료세를 도입한 도시들이다.
다만 매드슨 박사는 이번 조사결과에 몇가지 한계가 감안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진행하는 무작위 설문조사가 조사대상자 선정과정에 문제를 수반하기 마련이고, 버클리라는 도시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교육수준이 높은 곳이어서 이번 조사결과를 마냥 일반화할 수 없으리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