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 유상철, 배우 김영애,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침묵암’으로 불리는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췌장암은 유전이나 흡연, 비만, 당뇨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성 췌장염 역시 췌장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내 췌장암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1만 889명이었던 췌장암환자는 2020년 기준 2만 1,451명으로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안타깝게도 암종 대부분이 최신 치료법의 도입으로 2014-2018년 사이 생존율이 증가했음에도 췌장암은 여전히 12.6%로 낮다. 특히,전이성췌장암의경우 5년상대생존율은 1.9%에 머무르고 있다.국내 발생순위 1위부터 5위까지 암종의 전이 시 5년 생존율과 비교하였을때 위암(5.9%), 갑상선암(60.5%), 폐암(8.9%), 대장암(19.5%), 유방암(40.2%)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췌장암은 증상이 나타나 진료를 받으면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예후가 나쁜 암종이다. 진단당시 80%~90%에달하는 환자가 이미 진행성 췌장암 상태로 발견된다.특히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으며 발현되는 증상도 체중감소, 황달 정도이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췌장은 복부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증상은 다른 소화기 장애 증상과 비슷해 조기에 발견되기 쉽지 않고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기에 발견되더라도 수술 후 재발이 잦은 점도 있다. 췌장은 십이지장, 간, 동맥 등 다른 기관과 가까이 있어 암이 쉽게 주위 장기로 침범할 수 있다.
암세포가 주변 혈관, 장기에 넓게 퍼져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을 받는다.항암화학요법 중 표준치료로 정립된 것은 1997년 1차항암화학요법으로 인정된 젬시타빈 기반치료가 유일하다.
유전자 변이가 있는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도 있으나 항암제 사용 대상인 환자, 즉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국내 췌장암 환자는 많지 않다. 대한종학내과학회에 따르면 표적 항암제인 엘로티닙과 젬시타빈의 병용 투여요법은 실제 이득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췌장암에 치료제 옵션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췌장은 두꺼운 조직인간질(stroma)로 둘러 싸여있어 종양부위에약물이 잘 전달되지 않아 약제 개발의 성공율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암의 진단이 늦고, 진행속도가 빨라기대 여명이 길지 않다는 점에서 신약개발의 기회가 많지 않다.
면역 항암제 역시 이렇다고 할만한 췌장암 항암제가 개발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항암화학요법이 최선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가장 흔하게 처방되고 있는 항암화학요법은 젬시타빈과 아브락산 병행요법이나 폴피리녹스 요법이다.
먼저 젬시타빈(gemcitabine)과 아브락산(Abraxane, nab-paclitaxel) 병행요법은 2013년 총 861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3상 MPACT (multinational phase III Metastatic Pancreatic Adenocarcinoma Clinical Trial) 임상연구에서 젬시타빈 단독 치료에 비해서 중앙 무진행 생존기간을 3.7개월, 전체 생존 기간을 2.1개월 연장시켰으며 사망위험도 28% 감소시켰다.
폴피리녹스(FOLFIRINOX) 항암화학 치료의 경우 2011년에 발표된 대규모 3상 임상 연구(PRODIGE 4/ACCORD 11 trial)에서는 단독 치료의 효과 342명의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앙 무진행 생존기간 6.4 개월과 중앙 전체 생존기간 11.1개월로 연장했다.
▶ 2차 항암치료까지 도달하는 환자 수 적어…'폴폭스'와 '오니바이드' 효능 입증돼
그 위와 같은 1차 항암치료를 끝내고 질환을 조절하다가 악화되는 경우 2차 치료를 진행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전신이 쇠약해져 2차 항암치료에 진입하는 환자 수는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2차 항암치료제 개발을 위한 대규모 3상 임상연구가 이뤄진 사례는 흔치 않다.
현재 젬시타빈 기반의 항암치료에 병이 진행한 국소진행성 혹은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2차 치료로서 폴폭스, 젤록스 및 젤로다 단독 항암 치료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젬시타빈을 기반으로 한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 옥살리플라틴(oxali platin)과 5-플루오로우라실(5-FU)을 병합하여 사용한 항암치료요법은 2상/3상 임상 연구에서 좋은 결과들을 보였다.
대규모 임상은 아니지만 폴폭스(FOLFOX4) 치료 역시 옥살리플라틴과 5-플루오로우라실 및 류코보린를 병합하는 항암 치료로서 42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중앙 생존 기간은 6.7개월로 나타나 좋은 효과를 보였다.
최근에 젬시타빈을 기반으로 하는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 2차 항암화학치료로서 그 효과와 안전성을 대규모 3상 임상연구에서 확인됐다.
오니바이드와 5-플루오로우라실(5-FU) 및 류코보린(Leucovorin)의 병합요법인데 오니바이드/5-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 병합 치료 환자군에서 전체 생존 기간(6.1개월, 4.2개월), 무진행 생존 기간, 종양 반응률이 5-플루오로우라실 및 류코보린 투여 환자군에 비하여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전이성 췌장암의 치료에서 젬시타빈 기반의 1차 항암 치료 이후 질병이 악화되었지만 전신상태가 좋은 환자들의 경우라면 오니바이드/5-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 병합 치료를 표준 치료로 권고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