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는 의사들의 진료거부 행위를 비판하며 이제는 함께 협력적 업무체계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27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인에게 국가면허를 주는 이유는 어떤 일이 있어도 환자가 들어오는 문을 닫아서는 안되는 윤리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지금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의사들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의료인으로서 기본 덕목인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단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간협에 따르면 위계와 권력적 업무관계 아래 놓인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하던 업무를 상당수 대신하고 있는 것은 소위 PA라고 불리는 간호사들이다.
작년 하반기 일부 의사들은 동료로 함께했던 간호사들을 불법 PA로 몰고,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고발했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들은 수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간협은 "하지만 막상 집단휴진 상황에 들어가자 정작 의사들은 간호사들에게 진료의 상당 부분을 넘기고 떠났다. 이제 의사들이 파업이 끝난 뒤 돌아오면 또 불법 운운하며 고발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간협은 "일부 의사들이 이제는 간호사들에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함께 반대하자고 하고 있다"며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선서를 통해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으며,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해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간협은 '의료현장에서 바라볼 때 의대 정원 증원'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우리나라의 의료이용량이 OECD 평균의 두 배인데, 의사 수는 OECD국가 중 꼴찌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의사들 말대로 의사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치라 생각한다는 의견이다. 간협은 "정부는 의료인 배치를 시장에 맡겨놓다가 지역의사 부족, 특정 전문과목 부족 등을 자초하였다. 이 같은 ‘시장실패’는 병원 등의 요구로 정부가 지난 14년 간 간호대학 정원을 증원한데서도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표명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정부의 무조건적 양적 증가가 아니라 질적 조건을 갖춘 곳에 한하여 증원할 것을 매년 요청했으나, 번번이 묵살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간호교육은 질적 성장이 위협받게 됐고, 간호사 근로조건 개선과 지역 간 수급 불균형 해소라는 정책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간협은 "이제 의사와 간호사는 ‘협력적 업무체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요구한 ‘협력적 업무체계’는 간호사가 ‘진단과 처방’이라는 ‘의사의 진료 영역’을 침해하거나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의료인의 윤리적 책임을 가지고 의료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간호사가 나중에 의료법으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된다"며 "의료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다양한 보건의료인들이 함께 협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협은 전국 44만 간호사는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맞이하여 끝까지 국민과 환자 곁에서 감염병과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보호할 것을 선언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서울특별시간호사회, 부산광역시간호사회, 대구광역시간호사회, 인천광역시간호사회, 광주광역시간호사회, 대전광역시간호사회, 울산광역시간호사회, 경기도간호사회, 강원도간호사회, 충청북도간호사회, 충청남도간호사회, 전라북도간호사회, 전라남도간호사회, 경상북도간호사회, 경상남도간호사회, 제주특별자치도간호사회, 보건간호사회, 병원간호사회, 마취간호사회, 보건진료소장회, 보건교사회, 산업간호사회, 보험심사간호사회, 가정간호사회, 정신간호사회, 노인간호사회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