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영향 받지 않는 신약개발 새 키워드 ‘시간요법’
생체리듬 조절로 투여시기 결정…천식‧혈압‧암 등에 효과
박선혜 기자 loveloves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4-23 06:00   수정 2020.04.23 07:26
생체리듬에 따른 투여시기 조절로 효과를 높이고 독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신약개발의 키워드로 ‘시간요법’이 대두됐다.

김현민 기초과학연구원은 20일 브릭(BRIC) 동향리포트에 게재된 ‘시간 요법(Chronotherapy)의 연구 및 적용 동향’ 논문에서 “최근 들어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체리듬 조절을 통한 치료법이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생체리듬 연구를 통한 투약 시점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약물의 효율을 높이고 독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질병의 생체리듬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약을 처방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시간 요법(Chronotherapy)’이라는 분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시간 요법은 크게 두 가지로 수면 조절을 통한 치료와 의약품 투여 시기 조절을 통한 치료로 나뉠 수 있다. 

수면 조절을 통한 치료는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가지지 못하는 환자에게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가질 때까지,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늦추어 치료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보통 환자의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빠르게 조절하여도 생체 리듬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지연 수면 장애(Delayed Sleep Phase disorder)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의약품 투여 시기 조절을 통한 치료는 질병의 증상이 일주기 또는 다른 생체 리듬 사이클을 가질 때 그에 맞춰서 약물 처리를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서 효과를 최대화하면서도 지속적인 약물 노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시간 요법은 circadian(일주기), ultradian(초주일), infradian(하주일) 등과 같은 다양한 주기의 리듬을 이용한다. 그 중 특히 일주기 패턴은 24시간 주기를 갖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를 이용해 약물의 투여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이는 여러 연구로 고혈압, 심근 경색, 기관지 천식, 위궤양,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일례로 천식은 시간에 따라 큰 일주기 변화가 발생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기관지 개통의 일주기 리듬으로 인한 생물학적 기능의 변화가 원인이다. 매일 한 번 glucocorticosteroid ciclesonide의 투여와 지속적인 theophylline, transdermal tulobuterol patch는 야행성 천식의 경우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암의 경우에도 일주기 생체리듬을 이용한 화학 요법은 약물 독성 패턴 및 심각성, 최대 허용 요량, 용량 강도, 종양 반응 품질 및 빈도와 암 환자의 생존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일주기 중요 유전자인 CLOCK이 항암제 시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에 대한 감수성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장 청(Cheng Chang) 박사 공동 연구팀도 수면 장애 치료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간 요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정교한 수리 모델링을 활용해 수면시간 결정 핵심 인자인 생체시계 단백질(PER2) 발현량이 사람마다 달라서 약의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원리를 이용해 환자마다 적절한 투약 시간을 찾아 최적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시간 요법(Chronotherapy)을 구현했다.

김현민 연구원은 “아직 시간 요법을 이용한 신약 개발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점점 개인 맞춤형 질병 치료의 시대로 가면서 개인의 생활환경, 유전적 배경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질병의 생체 리듬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신약의 개발과 임상에 있어서 연구 결과가 고려돼야 하며, 환자 개인의 환경에 따른 약물 처리 방법도 같이 연구해 보다 효과적인 질병 치료를 위한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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