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받고 돌이킬 수 없다면, 진단 전부터 관리해야”
노성원 교수 “치매, 일찍 치료할수록 환자·가족의 삶 달라져”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4-29 06:20   수정 2019.04.29 06:43
보건복지부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2011년 발표한 치매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74만원으로 추정된다. 이 비용은 2017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이용하여 산출한 연간 가구 소득 5,334만원 중 38.9%를 차지하는 수준에 이른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현 경기 양평군 치매안심센터장, 사진)은 이런 비용 손실을 줄이고,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매의 조기 발견 및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 교수는 “치매 조기진단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치매라는 병 자체가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한번 진단을 받고 진행하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 병이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하면 늦는 경우가 많다.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병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나 진행은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치매를 진단 받으면 약 8년 정도의 생존 기간을 나타냈지만, 최근에는 치매 치료의 발달로 진단 후 평균 12년 정도 생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치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 환자와의 예후 차이는 얼마나 날까.

노 교수는 “치매를 초기에 발견하면 환자 가족들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또 치료에 있어서 가족들의 협조가 가능하다. 약 복용 시 인지 기능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증상의 발현을 지연시킬 수 있는데, 늦게 발견한 경우에는 이미 의사소통, 행동 조절 등이 어렵고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도 지쳐 환자와의 관계가 틀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노인 인구가 많은 경기도 양평군에서 치매안심센터장을 지내며 겪은 경험에 비춰 보면, 경증 치매인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약물을 챙겨 먹으나, 치매가 진행될수록 환자들은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 조차 깜빡해 순응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치매까지는 아니지만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를 말하는 치매 전임상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해 치매 관리 및 진단 내용을 세분화하는 등 학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에 대해 노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등장의 가장 큰 의미 역시 치매 ‘조기 발견’이다.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빨리 발견해 관리하는 것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각심을 줄 뿐 아니라 치매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진단받고 나서 돌이킬 수 없다면 진단을 받기 전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는 반드시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단계는 아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약물치료의 예방 및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는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따라서 환자나 보호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을 경우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치매 치료제를 복용해 치매를 예방하겠다는 환자들도 있는 만큼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관리하기 시작하는 것은 추천된다.

안타깝게도 치매는 아직까지 ‘증상 개선’의 의미를 띄는 치료제는 개발된 것이 없다. 현재 시판중인 치매 치료제들은 증상 개선이 아닌,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혹은 막는 수준에 그친다.

노 교수는 “치매는 아직까지도 정확한 병인 파악이 어렵다. 아직 타깃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치매 치료제 개발 역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치료제들이 개발된 시점을 떠올려보면,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개발된 사례가 많다. 페니실린, 비아그라 등 치료제가 먼저 개발된 상태에서 증상이 좋아지니 병의 원인이 밝혀진 경우들이 있으니 이런 기대도 함께 해본다”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에게 “치매 환자를 가족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환자를 가족이 돌보느냐, 간병인이 돌보느냐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는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일단 환자 측면에 있어서는 익숙한 사람이 좋다. 치매 환자들의 상태가 안 좋아지는 계기 중 하나가 요양병원 또는 요양원에 입소했을 때다. 치매 환자들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스트레스를 훨씬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증세가 확 나빠지고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가족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치매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의 가족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양보호사 서비스 등을 활용하면 좋겠다. 가족들은 환자의 건강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건강을 돌봐야 장기적으로 환자를 더 오래 돌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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