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의료 대란' 이후 2년이 지난 2026년, 의료계와 정부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병원협회(병협), 보건복지부는 무너진 의료 시스템을 '재건'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했으나, 각론에서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8일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김택우 의협 회장, 이성규 병협 회장,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6년 병오년(丙午年)을 '의료 재건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2년 전 상처에 대한 회복 방안과 필수 의료 살리기 해법에 대해서는 각 단체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렸다.
이날 가장 날 선 비판이 제기된 분야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 현장의 위기였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외국은 2년에 걸쳐 50가지 변수를 넣어 추계하는데 우리는 5개월 만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며 정부의 추계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회장은 "24학번 이후 학생 수가 2배(더블링)가 됐지만 약속했던 교육비 지원은 전무하다"며 "교수들이 이 시스템을 얼마나 견딜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 증가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수급이 바닥이라며, 군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복무 기간 단축 등을 요구했다.
이성규 병협 회장 역시 "전국 단위의 막연한 추계가 아닌 지역별, 전문 분야별 현실을 반영한 중장기 수급 전략이 필요하다"며 인력 정책의 정교함을 주문했다.
"사법 리스크 해결 없인 수술 의사 사라진다" '사법 리스크 완화'는 의협과 병협이 공통적으로 주장한 최우선 과제였다. 김택우 회장은 최근 이천 정신과 의사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안전하지 못한 진료 환경과 사법 리스크가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5~10년 후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규 회장 또한 "적정 보상이 이뤄져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필수 의료는 지속될 수 없다"며, 의료진의 안전 보장이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에서는 병협과 정부의 강조점이 달랐다. 이성규 병협 회장은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는 무한 경쟁을 부추겨 필수 의료 공백과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며 경쟁이 아닌 '조화와 분담'의 체계로 전면 개편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K-DRG(포괄수가제) 등 지불 제도의 '대수술'을 요구하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파저침주'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반면, 정은경 장관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 장관은 ▲지역 필수 의료 특별회계 조성 ▲지역의사제 도입 ▲국립대병원 육성 등을 통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