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개발 전주기에 변화 이끌 'RWD 연계 계량약리'
RWD·임상 약리학 접목 통해 의약품 품목, 허가·허가사항 변경 넘어 '개인 맞춤 정밀 투여'까지 활용 가능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8-29 06:00   수정 2023.08.29 06:01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28일 이 대학교 약학대교 규제과학과 주최로 열린 ‘취약계층 대상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RWD 연계 계량약리 연구 전략마련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약업신문

취약계층들의 의약품 안전 사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이 열렸다. 그동안 취약계층은 성공률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신약 관련 임상시험에서 외면당해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고 경희대학교가 진행한 ‘취약계층 대상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RWD(실사용 데이터) 연계 계량약리 연구 전략 마련 심포지엄’이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약학대학에서 진행됐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RWD를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설계하거나 진행할 때 활용하고 있다. 신약이나 제품을 개발할 때 새로운 기법들을 활용하고 제한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보다 좋은 약을 만들 수 있다.

신약 개발 과정의 필수조건인 임상시험에서 소아, 임산부, 노인, 비만, 신이나 간손상 환자 등은 취약계층에 속한다.  취약계층의 경우 신약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질환뿐 아니라 기타 다른 질환을 갖고 있어 임상시험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은 환자 및 임산부의 경우 신약에 대한 안전성 염려도 있고, 임상시험 실패에 대한 우려도 동반된다. 아울러 임상시험 소요 시간이 증가하는 만큼, 비용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신약 개발 회사들은 취약계층을 임상시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꺼리게 마련이다.

각국의 규제기관 및 연구기관들은 취약계층 환자들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RWD와 계량약리를 연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약학대학교 규제과학과 정은경 교수는 그 과정을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12~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개량형 연구를 수행하다 보니 환자 수가 너무 적다는 한계가 있다.

정 교수는 “RWD 연계 계량약리 연구(Pharmacometrics-RWD Integration for effective and safe Medicine, PRIeSM, 프리즘)를 활용하면 임상시험의 대상 숫자가 적은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면서 프리즘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RWD를 활용한다면 불충분한 환자 수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소규모의 임상 연구를 통해 계량약리, 모델링, 시뮬레이션과 접목해 생리학 기반 모델 수립을 통하면 RWD의 신뢰도나 타당성을 제고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의 다양한 특징이 약물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RWD 연계 계량약리 연구의 장점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 규제기관에서 프리즘 연구 방법론은 활성화하기 위해 인프라 법안이나 제도들이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미국에선 RWD를 연계한 계량약리 모델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동물 실험을 대처하기 시작했다. FDA는 2022년 말에 ‘FDA Modernization Act 2.0(FDA 현대화 법안 2.0)’을 통해 본격적으로 표적 식별(Target Identification), 약동학(Pharmacokinetics), 독성 시험(Toxicity testing), 임상 시험 설계(Clinical Trial Design), 약리유전체학(Pharmacogenomics) 등 의약품 전주기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본격화했다.

유럽의약품기구(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역시 Methodology Working Party(MWP)를 구성하고 빅 데이터 운영 그룹, RWD 이니셔티브 간의 다학제적 협업과 지식 교류를 시작했다. 모델링(Modeling) 시뮬레이션 영역이 RWD와 기타 다른 빅 데이터와 접목함으로써 모델링 시뮬레이션 영역을 더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경희대학교를 중심으로 ‘취약계층 대상 의약품 적정 사용을 위한 RWD 연계 계량 약리 활용방안 조사연구’를 위한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자문단은 △학계인 경희대학교, 서울대학교 △산업계인 한국아이큐비아 △의료기관인 경희대학교 병원 △연구기관인 경희대학교 동서의학연구소 등이 참여해 산·학·연이 모두 포함됐다.

이들 자문단은 프리즘에 대한 전문가 대상 인식·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산업계 8명, 병원 6명, 연구소 5명, 정부기관 4명, 학계 6명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총 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전원이 RWD 연계 계량약리 연구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특히 규제기관의 관련 부서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13표, 취약계층 환자군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11표 등으로 많았다.

이어 약물 상호작용이 많은 약물에 대한 연구, 중증질환에 대한 연구, 시판 후 의약품 용량 및 용법 확대 등을 위해 프리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와 더불어 자문단은 ‘취약계층 환자 대상 의약품 안전사용 근거 확보 시 RWD와 연계한 계량약리 기법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성했다. 가이드라인은 RWD와 연계한 계량약리 기법 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방향성의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됐다.

그 밖에도 프리즘 연구를 통해 취약계층별 의약품 적정 사용에 대한 근거마련이 필요한 약물을 도출한 결과, 면역억제제인 ‘타크로리무스(Tacrolimus)’가 소아, 신기능, 간기능, 노인 등의 취약계층 그룹에서 가장 먼저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약물이라는 데 동의했다.

자문단은 ‘프리즘 2030’을 구성, △규제과학적 활용 방안 측면 △제도 행정 측면 △국내외 교류 활성화 측면 △교육 측면 △연구 과제 진행 측면에서 단기(기반 구축 단계 2023~2025), 중기(추진 확산 단계 2026~2027), 장기(고도화 단계 2028~2030) 등 2030년까지 국내 프리즘 연구를 세부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RWD 활용한 임상 계량약리 연구는 약물 치료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연구”라며 “임상 약리학(Clinical Pharmacometrics)과 RWD의 접목을 통해 의약품의 품목, 허가 및 허가사항 변경뿐 아니라 ‘개인 맞춤 정밀 투여(Individualized Precision Dosing)’’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즘 연구 방법론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 사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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