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고 기준" VS "자동정산 방식"...약가 인하 품목 차액 정산 시각차 '팽팽'
약사회·유통업계 신경전 속 '모르쇠 '일관하는 정부 비판 목소리도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8-29 06:00   수정 2023.08.29 06:01
대한약사회 박상용 홍보이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약사회관에서 약사회의 약가인하 품목 반품 지침에 대해 설명했다. ©대한약사회

 대규모 약가 인하에 따른 반품 차액 정산을 두고 약국과 유통업체의 줄다리기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으나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약사회 박상용 홍보이사는 28일 서울 서초구 약사회관에서 출입기자단 브리핑을 갖고 약사회의 ‘9월 5일자 약가 인하 품목’의 반품 지침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 정부가 약가 인하를 단행한 품목은  7676개에 달한다. 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주성분으로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 제네릭 의약품이다.

박 이사는 “약국 실물 반품과 서류상 반품, 또는 유통업체에서 제시한 반품 정산 기준 중 약국 환경에 맞는 형태로 반품을 진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실물 반품’은 낱알은 반품 불가능한데다 실제로 모두 반품 후 인하 가격으로 재입고하는 방식으로, 재입고 기간까지 조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제 공백으로 환자 불편이 발생하게 되고 개봉 낱알 의약품에 대한 재고사용 등이 불가능해 보건복지부에서도 서류상 반품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서류상 반품이란 '의약품 공급업체와 요양기관 간 합의에 따라 반품을 진행할 경우 의약품을 실제로 이동시키지 않고 거래명세서상 반품·입고·출고가 이뤄지는 행위'를 가리킨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약가인하에 따른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시 한시적 서류상 반품 인정' 공문을 제약업체·의약품 도매업체·약사회에 발송했다. 서류상 반품 적용 기간은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2개월 동안이다.

약사회 지침에 따르면, 각 약국에선 서류상 반품 적용 기간 안에 ‘9월 4일자’ 실재고를 기준으로 차액 정산을 거래처 도매업체에 요청하면 된다. 박 이사는 “만약 실재고 차액정산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업체가 있다면 약사회로 제보해달라. 약사회가 재차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앞서 약가 인하 품목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181개 제약사와 해당 제약사의 거래 도매업체에 공문을 발송해 약국 실재고 기준 차액 정산을 요청 및 안내 완료했다.

또 일부 유통업체에서 통상적으로 해 온 ‘자동 정산’ 방식으로, 차액 정산하겠다고 통보한 것과 관련해 해당 업체에도 공문을 발송해 약국 실재고 기준 차액 정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동 정산’은 직전 2개월 매출분의 30%를 인정해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직전 2개월 매출분이 적거나 없다면, 결국 약국이 경제적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더욱이 이번 품목은 제약사에서 생동시험을 하지 않아 대상에 포함된 제네릭 의약품인 만큼 약국에서 다빈도로 사용하지 않는 품목일 가능성이 커 자동 정산 방식으론 약국이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란 설명이다.

약사회는 “실재고를 기준으로 차액 정산이 실시되도록 서류상 반품을 진행해야 하고, 해당 신청 내용에 대해 제약사가 적극 정산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약국 실재고 기준 반품과 정산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그간 통용해온 자동 정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약가 인하 품목은 약 7600여개로 방대한데다 각 품목별 인하율도 다르기 때문에 실물 반품 처리만 해도 업무 과부하 형편이라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약국 실재고 기준 반품은 사입 등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일일이 대조해 제약사에 요청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또 직전 2개월 매출분의 30%를 인정하는 ‘자동 정산’ 방식이 그간 통상적으로 해 온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전산 반품을 활용하는 약국에서 제대로 재고 관리를 한다면 2개월간 판매량이 없는데 재고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는 약국의 재고 관리 부실 책임을 의약품 유통업계가 떠안을 수 없다며 반품은 ‘자동 정산’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약국에선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약가 인하 때마다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없이 뒷짐 지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사 A씨는 "약가인하 리스트만 던져놓고 알아서 하라는 정부 때문에 제약사는 갑질하고 도매상과 약국만 정신없이 다투고 있다"며 "복지부는 반품 문제를 나몰라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약사 B씨도 “가격과 유통을 통제하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약가 인하 관련 반품 처리 방안을 마련해 혼란과 다툼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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