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면제제도,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 VS 환자 삶의 질 개선 우선
사전 경평계획서 도입해 문턱 높여야 .. 혁신 치료제 급여등재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8-23 06:00   수정 2023.08.23 09:22
경상대학교 약학대학 배은영 교수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경평면제는 꼭 필요한 경우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업신문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을 생략하는 ‘경평면제’ 제도의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당수의 초고가 신약들이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고 등재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22일 서울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환자단체연합회가 공동주최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의약품 선별 등재 제도를 통해 임상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의약품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희귀질환치료제나 신약은 환자 수가 적어 경제성을 평가하기 쉽지 않아 경평면제제도를 2015년에 도입했다. 경평면제제도는 선별급여 등재과정에서 비용효과성 평가를 생략하고, 외국조정평균가 산출 대상국가인 해외 8개국에서의 등재 상황 및 가격을 검토해 통과할 경우 평가를 충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제도를 통해 기존 항암제부터 희귀질환치료 신약 등 총 26개의 약제가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을 생략하고 급여를 적용받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신약으로 급여등재된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의 87.5%가 경평면제제도를 적용받은 약제다. 대부분 고가약으로, 그 중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주'는 1회 투여 비용이 무려 20여억원에 달한다.

토론회서 발제를 맡은 경상대학교 약학대학 배은영 교수는 경평면제제도를 통해 급여등재된 약엔 비용효과성 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임상적 근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데다, 고가로 비용측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아 후발 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초기 평가를 하고 △재평가 기간인 5년이 지날 때까지 초기 등재 조건을 유지하는지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사전 경평계획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평면제 약에 대해선 사전 경평계획서를 제출받아 심의하고, 이를 재평가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또 경평면제제도는 꼭 필요한 경우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희귀질환 약제이면서 상당 수준의 임상적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경우에만 경제성평가를 면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또 재정 영향이 큰 경우엔 경제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는 경평면제 제도가 폐지되거나 축소된다면 희귀질환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희귀질환자는 소수인데다, 국민 수도 적은 우리나라의 환경에선 임상 자료를 만들기 어려운 만큼 경평면제 제도의 존폐를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보라미 본부장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목표로 도입된 경평면제제도인 만큼 그 취지에 맞게 잘 운용하는 것이 편익이 크다"며 "빠른 급여등재로 환자 입장에선 치료제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고 업계 입장에선 등재 예측성을 높여주는 등 장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우려하지만, 건보 재정은 총액 예산 하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암질환심의위원회 문영철 위원(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도 현재 경평면제제도의 조건도 충분히 까다롭다며 경평면제된 약들이 쉽게 급여등재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혁신 치료제에 대한 급여등재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 입장에선 신속한 급여 등재로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자와 근거가 어느정도 축적되면 계획서를 통해 임상적 불확실성을 해결해야 한다는 배 교수의 주장엔 동의한다”며 "앞으로 경평 면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환자에 대한 보장성 평가의 내실화, 적절한 가격 수준, 보험 등재 시기 등 큰 4가지 가치를 두고 최적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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