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언어가 아닌 일반인의 언어로 책을 쓰는 의사 작가가 늘고 있다. 의사 작가들은 책을 통해 공감과 이해를 실천하며 독자들을 위로한다.
경희대학교병원은 백종우, 백명재 교수 등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9명이 타인의 마음을 치료하며 기록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모음집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를 최근 발간했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는 광주동명병원 정찬영 원장, 국립정신건강센터 이정현 전문의, 서울대학교 김은영 교수, 울산대학교병원 전진용 교수,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 마음드림의원 정찬승 원장,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등이다.
이 책은 청년정신건강, 남겨진 자를 위한 애도, 트라우마 극복, 마약중독 재활, 자살예방, 코로나19, 군정신건강, 북한이탈주민, 국가폭력 치유 등 무게감이 남다른 분야의 최전방에서 헌신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9인의 이야기다.
저자들은 치료과정에서 부족함을 고백하며 의사로서 ‘얼마나 잘 치료했는지’가 아닌 ‘얼마나 함께 견뎌주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 모든 재난 현장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는 의사들을 통해 이 시대 진정한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기회도 제공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백종우 교수는 “고통의 현장에 있는 환자를 마주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괴로워하거나 자책하고 때론 무너지기도 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이자 환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김지현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모든 것’을 출간했다. 부제는 ‘식품관리부터 약물치료까지 아이의 건강한 피부를 위한 부모 가이드’다.
김지현 교수는 “아토피와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임신 중에, 혹은 아이가 태어난 후로 무엇을 잘못한 건 아닌지 자책감에 시달리며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 일쑤다”며 ”그런 엄마들을 볼 때마다 손을 잡고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 아이를 둔 가정에서 집에 두고 필요할 때 마다 손쉽게 꺼내 참고할 만한 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쓰기로 마음먹었다”며” “2022년 쉬는 날을 모두 반납하고, 짬이 날 때마다 엄마들이 했던 질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해결책을 친절히 달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는 ‘가속노화’를 경고하고 행복한 노화를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준비해야 할 네 가지 주제와 그에 따른 습관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책을 펴냈다.
기대 수명이 늘면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증가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은 건강수명을 짧게 만든다.
정희원 교수는 당장은 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삶을 선택할 것인가, 당장은 불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평온하고 덜 고통스러운 삶을 선택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문제인 노화지연을 다룬 책을 썼다.
정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삶에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곽경훈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쓴 ‘날마다, 응급실: 병원의 최전선에서 사람 살리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환자나 보호자로 찾는 공간이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공간인 응급실을 다루는 에세이다.
이 책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 뒤 존재하는, 온갖 위험과 갈등, 잘 알려지지 않은 임상과의 역사와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 등 응급실의 다양한 면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또 태움 등 가혹행위와 코로나19 대유행이 촉발한 차별과 혐오를 들여다보는 등 의료계 안팎에 존재하는 사회문제도 같이 짚어보며 독자들의 공감과 이해를 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