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네릭 의약품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국제인반명(INN) 등)'를 취소, 지나친 의사 눈치 보기에 약사사회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으로 고민하던 식약처는 '제네릭 의약품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국제일반명(INN 등)' 용역을 공고 했으나, 국제일반명 도입은 결국 '성분명처방의 전초'라는 의협의 반발에 12일 공고를 취소했다.
식약처는 향후 세부 연구내용 등을 명확히 해 재공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INN 제도 개념을 본격적으로 알리고, '전문약은 공공재입니다'라는 슬로건을 걸며 제네릭 등 전문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주창하던 약사회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이 같은 결정이 약사회와 직접적인 논의가 필요하진 않지만, 제네릭 관리 방안으로 INN 논의를 기대했던 약사회는 식약처의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낼수 밖에 없다.
국제일반명제도(INN)는 지난 2017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약사연맹(FIP)를 통해 국내에 그 개념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난립한 제네릭으로 인해 동일한 성분의 약이 제품명만 바뀌어 제약사별로 수십에서 수백개까지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국 재고약으로 고민하던 약사회는 INN 도입을 통한 제네릭 관리를 주장했다.
국제일반명제도는 제네릭 의약품의 명칭을 세계공용의 일반명으로 통일하는 제도로 '의약품 제품명'을 통해 주성분을 식별할 수 있도록 1개 성분에 대해 동일 판매명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즉, A 성분 약은 회사명만 다를 뿐 제품명이 다 같은 A가 되는 것이다. 이는 유통, 처방, 조제, 복용에 있어 정보 전달을 명학히 해 메디케이션 에러를 줄일 수 있다. 말이 잘 안통하는 외국에서 내가 먹던 약을 분실했다면 국제 일반명을 통해 이를 구입할 시 잘못된 약을 받게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국제일반명제도를 성분명처방을 위한 전초로 판단, 식약처의 연구용역 발표에 대해 “INN은 화학 구조가 복잡한 약물을 간단하게 부르기 위해 만든 작명법으로 성분이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을 각 회사가 내세운 브랜드명이 아니라 성분으로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는 결국 ‘성분명 처방’을 추진하기 위한 옹졸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INN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성분명 처방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며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생물학적동등성만 인정되면 약효까지 동등할 것으로 판단하나 오리지널약의 100% 약효를 기준으로 80%~125%까지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고 인정돼 효능이 100% 같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이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닌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네릭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의사'로 같은 성분의 진통제 한 통을 소진하기도 전에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는 등의 처방 형태로 인한 약국 재고 부담은 약사사회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의사협회의 성명서와 INN을 성분명 처방으로 연결해 의·약사 갈등에 초점이 맞춰진 일부 보도에 식약처가 부담을 느껴 취소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INN 연구 취소는 식약처가 할일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약사회나 의협이나 '국민 건강'을 위해 INN의 '도입'과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양측이 주장하는 INN 제도를 연구하고, 실효성을 검토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 지도록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정부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식약처의 취소 결정은 이 같은 역할보다는 당장의 문제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게 작용해 이같은 결정을 한 것 같다는게 약사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INN을 연구해도 오래 걸릴 수 있는 문제다. 기형적으로 제네릭이 많은 환경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될 제도인지 연구는 해봐야 하지 않냐"며 "정부가 제네릭이 너무 많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그 일환으로 고민해 볼 수 있음에도 철회 발표를 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회 관계자는 "의협의 성분명처방에 대한 예민한 반응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INN은 명명 규칙에 불과하다. 성분명처방과 의·약사 갈등구조 여론몰이로 제도 본질을 놓쳐버리고 있다"며 "세계적인 추세인데 연구용역을 취소까지 하는 것은 퇴행"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