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는 더 이상 ‘K-뷰티’라는 이름표만 보고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그들의 일상, 즉 라이프스타일 속에 우리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공감 가는 메시지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 디캠프(D.CAMP). 스탠퍼드대학교 산하 혁신·디자인연구센터(SCIDR)가 주최한 ‘Stanford Consumer Products Symposium’ 현장은 한국 소비재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참석자들로 붐볐다. 디캠프와 스프링캠프가 공동 후원한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철저한 소비자 이해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재정의’를 화두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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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 SCIDR 센터장은 K-소비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김 센터장은 “SCIDR은 디자인씽킹을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연구하는 조직”이라며 “최근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늘고 있지만, 문화와 리테일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스탠퍼드 컨슈머 프로덕트 액셀러레이터’다. 단순한 멘토링이나 유통 연결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제품과 브랜드를 다시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센터장은 “핵심은 ‘유저 스터디(User Study)’”라며 “현지 가정 방문, Z세대·알파세대 패널과의 직접 소통, 실제 매대 판매 테스트를 통해 전략을 바닥부터 재구성한다”고 설명했다.
SCIDR은 올해 상반기부터 한국 푸드·뷰티 스타트업을 선발해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0일간의 집중 교육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을 검증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선 '막걸리', 미국선 '하드셀처'... 시장 따라 언어도 바꿔야
발표 세션에서는 리브랜딩 사례가 주목을 받았다. 김인지 SWRL 대표는 한국의 ‘제로 막걸리 누룩’을 미국 시장에 맞춰 ‘SWRL(수월)’로 전면 개편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맥주처럼 가벼운 막걸리’라는 설명이 통했지만, 미국에서는 막걸리 개념 자체가 낯설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법은 현지에 익숙한 ‘하드셀처(탄산 알코올 음료)’였다. 그는 “제품을 ‘발효 쌀로 만든 하드셀처’로 정의하고 체리 맛을 추가하자 트렌디한 문화로 받아들여졌다”며 “미국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레퍼런스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규모와 브랜드 확장성을 고려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미국으로 피벗(pivot)한 결정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검색 대신 발견"... 틱톡숍, K-뷰티 ‘퀀텀 점프’의 관문
벨 구오(Belle Guo) 뉴비기닝스 글로벌 매니저는 미국 시장의 구매 패러다임 변화를 짚었다. 그는 “이제 미국 소비자는 사고 싶은 물건을 검색하지 않는다”며 “틱톡 피드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한다”고 말했다. 틱톡숍이 K-브랜드의 핵심 성장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오 매니저에 따르면 미국 틱톡숍 내 뷰티 시장은 월 거래액(GMV)이 2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는 K-뷰티의 경쟁력으로 “20~40달러 가격대의 틈새 공략”을 꼽았다. 50달러 이상 프리미엄 브랜드와 5달러 이하 초저가 브랜드 사이의 공백을 K-뷰티가 메웠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례도 제시됐다. 메디큐브는 지난해 11월 미국 틱톡숍에서 한 달간 450만 달러(약 6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닥터지도 월 150만 달러 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는 “한국 제품은 5~10초 안에 전후(Before & After) 효과가 드러나 숏폼 콘텐츠에 최적화돼 있다”며 “하나의 히어로 제품에 집중해 바이럴을 만드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물류 시스템 구축과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로컬 콘텐츠 매니저 확보는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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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젠지(Gen Z), “미니멀하지만 맥시멀한 경험 원해”
이어 비악 타 힐란(Biak Tha Hlawn) 스탠퍼드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핵심 소비층인 Z세대와 알파세대를 ‘미니멀리스트 맥시멀리스트’로 정의했다. 선택의 복잡함은 거부하지만, 경험의 질과 진정성에는 높은 기준을 둔다는 의미다.
힐란 연구원은 “이들에게 웰니스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삶의 루틴”이라며 “‘술 없는 즐거움(Buzz without booze)’이나 단계를 줄인 스킨케어 트렌드인 ‘스키니멀리즘’이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케팅 콘텐츠 구성 비율로 교육·엔터테인먼트 70%, 커뮤니티 20%, 프로모션 10%를 제시하며, 소비자를 단순한 팔로워가 아닌 커뮤니티 구성원으로 대해야 팬덤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현지 유통과 브랜딩에 대한 실무적 조언도 이어졌다. 티나 김(Tina Kim) 전 펜티 뷰티 BM은 “미국 소비자는 매장에서 오감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하길 원한다”며 체험형 리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열 방식과 조명, 동선까지 모두가 브랜드 스토리의 일부가 되며, 기능 설명에 앞서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에릭 글로우 매니저는 “미국 소비자는 더 이상 ‘K-뷰티’라는 국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성분, 사용 맥락, 브랜드의 태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자스민 스탠퍼드 동문은 뷰티·푸드·멘탈 케어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통합되는 웰니스 산업의 미래를 전망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뷰티 스타트업 대표는 “미국 진출을 단순한 제품 수출로만 생각해왔는데, 현지인의 삶 속에 브랜드가 어떻게 스며들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전략을 다시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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