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 조정 국면 돌입 … K-뷰티도 대응 필요
AI 확산·규제 강화 속 진행자 이탈 속출… 성장 동력 오프라인 으로 이동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18 06:00   수정 2025.12.18 06:01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성장기를 지나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도 이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중국 뷰티전문지 CBO는 최근 항저우의 분위기 변화를 소개하며 라이브커머스 진행자 이탈, 임대 공실 증가, 수익성 하락 등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홍 경제 1번지’로 불리던 항저우에서 신입 진행자 이탈이 급증하고, 주요 MCN(다중채널네트워크)도 사무실을 철수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위축되면서 진행자들의 이탈도 증가하고 있다. ⓒAI생성이미지

항저우 리징 국제빌딩은 수만명의 진행자가 몰리던 라이브커머스의 핵심지였다. 그러나 올해 솽스이 기간엔 공실이 확대됐고, 월 임대료는 정점 대비 절반 이하까지 떨어졌다. 항저우 내 기술·인터넷 기업 밀집 지역인 빈장 지구에서도 대형 MCN과 유명 진행자의 철수 사례가 이어졌고, 항저우 오피스 공실률은 27.7%까지 올랐다. 신문은 이 같은 흐름이 라이브커머스 성장 속도 둔화와 경쟁 방식 변화의 직접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진행자 이탈은 뷰티 카테고리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신문은 수익 구조, 플랫폼 정책, 소비자 요구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뷰티 라이브커머스 운영 난도가 특히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26.8%로 전년 대비 감소했고, 라이브커머스 성장률도 약 18%로 둔화됐다. 한 해 동안 더우인(抖音)에서만 500만명 이상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며 공급 과잉이 본격화됐다. 신문은 매출 증가율보다 크리에이터 증가율이 훨씬 높아지면서 중간급 진행자의 생존 압력이 급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공급 과잉 현상은 진행자 급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항저우에선 톱 진행자의 수입이 약 60% 감소했고, 중간급 수익도 약 30% 하락했다. 특히 뷰티 분야 수익은 시간당 200 위안 수준으로 떨어져 광고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신문은 신규 진입자의 생존 기간이 3개월을 넘기기 어려워졌고, 조작 문제와 세금 규제 강화로 중소 MCN 다수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CBO는 수익성 악화의 배경을 가격 경쟁 심화, 반품률 증가, 마진 축소, 트래픽 비용 상승 등으로 정리했다. 플랫폼의 가격 비교 기능이 개선되면서 일부 브랜드는 단기 판매를 늘리기 위해 마진을 줄였고, 품질 저하와 과장된 홍보로 반품률이 증가하면서 운영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뷰티와 건강기능식품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커미션·프로모션 비용으로 소진되고 있어 구조적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AI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의 확산도 라이브커머스 고용 구조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신문은 2025년 솽스이 기간 가상인간 진행자를 사용한 라이브커머스 이용률은 전년 대비 119% 증가한 83%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기업가이자 유명 진행자인 루오융하오(罗永浩)는 자체 제작한 디지털 휴먼으로 진행한 첫 방송으로 5500만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문은 가상인간의 출현이 단기간에 톱 진행자 대체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중간 이하급 인력은 상당 부분 자동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규제 역시 중요한 변곡점이다. 신문은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신규 규정이 심사를 마치고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플랫폼·기관·진행자·판매자의 책임을 분명히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사 라이브(店播, 디엔보)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더우인에선 이번 솽스이 기간동안  4만개 이상의 브랜드가 자사 라이브를 통해 전년 대비 50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 1억 위안을 넘긴 브랜드 수도 약 900% 늘었다. 가격과 마진, 공급망, 운영 전반을 브랜드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자사 라이브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중국 소비 구조 변화도 산업 전환의 가속 요인으로 분석된다. CBO는 "이커머스 침투율이 약 25%에서 정체되고 있다"며 "소비가 상품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의 징후"라고 설명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안정된 것도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과 연결된 흐름으로 제시됐다.

신문은 반대로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소비 흐름이 ‘더 많이 소유하는 것’에서 ‘더 나은 경험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어, 매장의 역할도 판매보다는 '경험 중심'으로 재설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당수 매장이 배송·라이브 연계 등 온라인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운영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뷰티 시장의 경쟁 축이 가격·속도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한국 기업이 고려해야 할 전략적 변수도 복잡해지고 있다. 현지 브랜드처럼 오프라인 접점을 대규모로 구축하기는 어려운 구조지만, 온라인 중심의 공급 체계 안에서도 경험 제공 및 신뢰 형성은 필수 요소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노출에 의존하던 기존 운영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제품 품질을 장기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 축적, 소비자와의 접점을 세분화한 콘텐츠 구성, 브랜드 경험을 온라인에서 구현하는 연출력 등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17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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