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항암제 연구 중 언드러거블(undruggable) 타깃 연구가 저분자화합물 분야를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KASBP(재미한인제약인협회) 주최로 3일부터 5일(현지시간)까지 열린 '2021 KASBP 봄 e심포지움'에서 국립암센터의 박영환 박사는 “앞으로 항암제 연구에서 3세대 변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4세대 약물 외에도 MET(중간엽상피전이인자), 후천성 세포 주기 유전자 변형, MAPK/PI3K 변이 등을 타깃으로 하는 여러 약물들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영환 박사는 ‘저분자화합물의 글로벌 연구개발 동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난 20년 동안 저분자화합물의 경우 거의 인산화효소 억제제들이 주축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18개의 인산화효소 타깃 중 지난 20년 간 60여 개의 저분자화합 약물들이 개발되고 허가받았으나 앞으로는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제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영환 박사는 “‘언드러거블’ 단백질은 그야말로 ‘개발 난제’란 뜻을 가진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제 약물로 만들기 어려운 전사 인자, 신호전달 물질, PPI(단백질 간 상호작용), 인산효소 등을 타깃으로 한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환 박사는 덧붙여 “언드러거블 타깃 중 KRAS, BCL2 타깃 약물들도 개발되고 있다”며 “올라파립을 중심으로 암세포가 생존하는 것을 막는 PARP(DNA 손상의 복구 효소) 억제제 및 후생유전학 분야의 연구개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최근 K-RAS G12C 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암젠의 소토라십(제품명 루마크라스)가 5월 28일 허가 받는데 성공했다”며 “K-RAS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회사가 시도했지만 약물이 성공적으로 개발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RAS 유전자 중 하나인 KRAS는 모든 암종에서 약 15% 가량 변이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소토라십 외에도 미라티가 개발 중인 아다그라십이 허가를 앞두고 있다.
박영환 박사는 2016년에 허가받은 백혈병 치료제 베네토클락스도 언급했다. 이는 세포자멸사를 저해하는 BCL-2 단백질의 과도한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종양의 성장을 막는다.
박영환 박사는 혁신 신약 표적 항암 약물인 Myc 억제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단백질 간의 결합을 막는 PPI방식에 속하는 Myc 억제제는 언드러거블 타겟 유형에 속한다. 이는 발암 유전자인 Myc/Max 복합체가 체내의 DNA가 결합하지 못하도록 막는 약물로 이에 환자 유래 세포(PDC)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EGFR/ALK 변이 음성, KRAS G12D 변이, TP53 변이를 모두 충족하는 PDC에서 경쟁 약물 대비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PPI에 프로탁(PROTAC: 암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식)도 주목 받고 있다. 박영환 박사에 따르면 PROTAC은 AR과 같은 타겟 단백질과 VHL과 같은 E3 리가아제 효소 사이에 '연결고리'로 양쪽에 결합하면 효소 근처로 유도되어 분해된다. 알비나스가 ARV-110 PROTAC으로 가장 먼저 임상 개발에 착수했고 최근 임상 2상에 진입했다. 박영환 박사는 “임상 1/2상 결과만 보면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효과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첫 PROTAC으로 임상에서 효과를 나타냈음은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누릭스에서 BTK를 타겟으로 하는 NX-2127 PROTAC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임상1상에 진입했다.
새로운 개념의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 표적 항암제도 있다. 박영환 박사는 “중복되는(redundant) 두 개의 유전자를 같이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복합적 발현을 통해 유기체의 사멸을 유도하는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BRCA 변이를 갖고 있는 암을 대상으로 PARP 억제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올라파립(제품명 린파자), 루카파립(제품명 루브리카) 등 4개 관련 약물이 허가 받았다. 박 박사에 따르면 합성치사의 경우에서 DNA 손상 복구 약물들로만 개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다수의 다양한 타겟들이 존재한다.
박영환 박사는 기술개발 동향과 더불어 개척해야 할 항암제 분야에서도 언급했다. 그는 “혈액암·유방암·폐암 외의 아직 표적 항암제가 개발되지 않은 다른 암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도 미충족 의료수요를 채워줄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언드러거블 분야의 연구와 더불어 합성치사, 종양융합, 단백질 분해약물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항암제 연구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