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1주년을 맞아 '효과적'인 백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연구계에 따르면 효과적 백신은 항원에 대한 인체 내 면역반응을 장기간 유지하게 만들어 특정 병원체에 대한 보호 제공을 의미한다. 면역학을 포함하는 과학의 발전은 병원체 일부만을 항원으로 사용하여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서브유닛(subunit)' 백신의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처럼 팬데믹 사태에서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불활화(inactived) 또는 사균(killed) 기반의 서브유닛 백신은 그 표현처럼 인체 내 자가복제가 불가능하고 정상적인 감염경로를 거치지 않기에 백신 효과가 상대적으로 감소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면역반응을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는 면역증강제(vaccine adjuvant)의 필요성이 등장하는 배경이 됐다. 미생물학자이자 수의학자인 가스통 라몬은 면역증강제를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기 위해 원하는 항원과 혼합하여 사용되는 물질'이라고 정의했다.
사람 백신에 사용된 첫 번째 면역증강제는 '알룸(alum)'으로 지난 1932년 허가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광범위한 백신 종류에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 면역증강제 허가는 60여년이나 지나서야 이뤄졌다. 스쿠알렌이 함유된 수중유형 에멀젼 형태인 'MF59' 면역증강제는 대유행 독감 백신과 노년층을 위한 계절 독감 백신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다른 에멀젼 형태인 'AS03'에 대해서는 유럽의약품청(EMA)이 대유행 독감 백신의 면역증강제로 허가했다. 더 나아가 알룸에 MPL이라는 작용제(agonist) 물질이 첨가된 복합 면역증강제 'AS04'도 등장하면서 B형 간염 백신(HBV),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화이자-바이온테크(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핵산백신의 일종인 전령RNA(mRNA) 백신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퍼스트-인-클래스 백신 플랫폼이다. 백신 개발에서 전례가 없는 mRNA 기반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그리고 최근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존슨앤드존슨 백신에는 면역증강제가 포함되고 있지 않다.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노바백스 백신은 합성항원백신으로 면역 활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단독으로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후기 임상시험에 돌입한 백신 또는 2·3상 결과를 확인한 코로나19 백신에서 면역증강제를 사용한 백신 후보물질들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다이나백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세퀴러스 등 면역증강제 전문 개발사는 이전에 승인된 MF59, AS03 등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20년 3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1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남아공, 브라질, 영국 등에서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면역증강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면역증강제의 여러 기능적 특징 중에서 '백신 반응성 확장'과 '세포성 면역반응 유발'이 있기 때문이다.
백신 반응성을 확장시키는 면역증강제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계절 독감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항원 대변이(shift)와 소변이(drift)에 의해 빈번하게 변화되는 계절 독감 바이러스 균주에 대항하는 공통 백신(universal vaccine)을 개발하는데 있어 면역증강제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통 백신의 개발은 곧 코로나19 팬데믹과 변이에 강력하게 맞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정 스파이크 단백질처럼 항체에 반응하는 항원 부분이 면역세포(T세포)에 반응하는 항원 부분과 비교했을 때 변이가 더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체성 면역반응도 중요하지만 세포성 면역반응, 특히 T세포성 면역반응을 더 효과적으로 유발하는 면역증강제 사용으로 더 확장된 범위의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가 있다. 예로 앞서 언급한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강력한 면역세포인 CD8 T세포 반응을 유발하는 사포닌 기반 면역증강제 'Matrix-M'와 함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은 최근 신약개발 동향 기고에서 "아직 현재까지 나온 백신 임상 결과로는 어떤 면역증강제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항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유형인지 판단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백신 면역증강제는 대상 병원체에 대한 감염 방어기전과 대상 백신의 항원 형태, 백신 접종대상자에 따라 달라지므로 모든 백신에 한 가지 면역증강제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백신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