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로 남아있는 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암세포의 사멸이 아닌 정상세포로의 회복이 관건이라는 주장이 나타나 주목된다.
카이스트 조광현 교수는 23일 열린 2020년도 한국과학난제도전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건강한 삶, 인구 5000만 유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대해 “36년째 사망원인 1위로 남아있는 암은 일생에서 3명중 1명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항암치료기술 개발은 주로 암세포의 ‘사멸’만을 목표로 했다. 다만 이들은 높은 효과를 내지만 부작용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이제까지 개발돼온 항암제를 따져보면 1세대 독성화학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골수기능을 저하시켰고 2세대는 암세포 내 특성 유전자 변이만을 타깃으로 했으나 재발, 내성이 생겼다. 또한 각광받는 3세대마저도 반응률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조 교수는 “암세포의 사멸이 아닌 정상세포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세포의 역분화는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이를 가역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분자간 조절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분화를 바탕으로 한 특정 혈액암 경우 좋은 성과가 나타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돌연변이가 생겼는데 세포를 되돌릴 수 있을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눈꺼풀 같은 세포에 암 유발 돌연변이가 발견됐지만 실제로 암이 유발되지 않는 다는 결과나 나타났다. 식도 상피세포의 경우에도 노화가 되면서 돌연변이 세포가 증가했지만 정상 세포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돌연변이 세포를 제거하지 않아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거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실제 암세포가 정상화된 사례가 있을까. 조교수에 따르면 1900년대 암세포에 플록스우리딘(FUDR)을 투여 후 단층으로 자라는 세포군집을 발견했고 암독성이 감소하면서 정상세포의 특징을 확인했다. 또 2000년대에도 암세포와 파보바이러스를 함께 배양하면 암독성이 감소하고 오히려 암세포 공격성을 회복했다.
조광현 교수는 “연구들을 통해 암세포의 정상화에 실현가능성이 밝혀지고 있지만 왜 치료제 개발에 있어 적극적으로 적용되지 못했을까? 이는 과학적 메커니즘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복합적 특징을 가진 암세포를 단편적‧형태적으로만 되돌릴 것이 아니라 암세포 내 전사체 수준에서의 가역화 인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의 질병발생과정에서는 ‘임계전이 현상’이 발생되는데, 이는 파라미터(parameter)를 확인하면 세포가 변화할 때 점진적이 아니라 일정부분에서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즉,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이 될 때 임계전이를 분석, 극복해야 가역화가 가능하다는 것.
이를 위해선 먼저 정상, 암조직 등의 단일세포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자조절 네트워크를 추론한다. 특히 분자조절 동역학 분석 가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시스템 생물학을 기반으로 기초암연구, 제어공학 등이 융합돼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 연구진은 특히 ‘대장암’ 연구에 있어 성과를 내보이고 있다. 대장의 장샘 조직세포를 정상화 할 수 있다면 대장 조직 회복이 빨라져 복원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전사체 수준에서의 정상화와 더불어 가역화 후에도 유지를 위해 주변 미세환경도 함께 바꿔줘야 한다”며 “협력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항암계획사업이 구축돼야 한다. 과학난제 사업에 얼만큼 협업, 자원이 집중되느냐에 따라 임상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