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신약 벤클렉스타(성분명: 베네토클락스)가 CLL의 예후를 가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염색체 17p 결손과 미세잔존질환을 우수히 커버하는 모습을 보이며 새 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지 주목된다.
한국애브비는 22일 벤클렉스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벤클렉스타의 3차 단독요법 보험급여 적용과 2차 병용요법 허가에 대한 의미를 공유했다.
치료가 필요한 CLL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0년 정도다. 그러나 평균 전체생존기간은 3~4년에 불과하다. 10년이라는 생존 기간도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대개 CLL 환자의 30%는 진단 즉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고, 다른 30%는 추후 치료를 받아야 하며, 나머지 30%는 평생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질환의 결과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CLL의 예후를 가르는 2가지 중요 요소는 ‘염색체 17p 결손’과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이다. 이 요소들을 치료제로 얼마나 잘 케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17p 결손이 있는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대개 나쁜 예후를 보이며, 1차에서 시행되는 FCR 요법(fludarabine/cyclophosphamide/rituximab)의 반응률도 저하시킨다. NCCN CLL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17p 결손 유무에 따라 치료 방법을 구분해 놓을 만큼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요한다.
17p 결손 환자를 대상으로 벤클렉스타의 3차 단독요법을 평가한 임상에서 벤클렉스타는 부분 반응 1개월, 완전 반응 10개월을 보였다. 또 2차 치료의 유용성을 평가한 MURANO 임상에서 벤클렉스타-리툭시맙 병용군은 17p 결손이 있는 환자에서 벤다무스틴-리툭시맙 병용군 대비 4년의 관찰 기간 중 무진행생존기간 개선이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미세잔존질환은 임상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질병이 없는 환자에서도 치료 후 암세포의 수치가 낮지만 검출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백혈병 세포 10,000개 중 1개 미만의 CLL 세포가 관찰될 때 미세잔존질환 음성으로 정의한다. 이는 유세포분석(flow cytomerty), 유전자 증폭기술(PCR-based), NGS 등으로 검사할 수 있다.
3차 치료에서 벤클렉스타 단독 효능을 평가한 임상에서 또 벤클렉스타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24.7개월이었지만 미세잔존질환 음성 환자는 30개월의 연구기간동안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2차 치료에서 평가된 벤클렉스타-리툭시맙군은 벤다무스틴-리툭시맙 병용군 대비 미세잔존질환 음성률이 4배 높게 관찰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어느 시점에서든 미세잔존질환이 음성인 경우가 예후가 좋았다는 점이다. 벤클렉스타 3차 단독요법에서 미세잔존질환 음성인 경우 예상되는 18개월 무진행생존기간은 78%인데 비해, 양성인 경우에는 51%였으며, 36주째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엄기성 교수는 “MRD는 잠재적으로 장기적인 치료 결과와 연관돼있다. 완전 관해에 이르렀지만 미세잔존질환 양성인 경우는 조기 재발할 수 있다. 또 완전히 검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재발을 하더라도 후기에 재발하거나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성을 보면, 3차 단독요법 임상에서 벤클렉스타는 1~2등급의 이상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 2차 병용요법 임상에서 벤클렉스타-리툭시맙 투여군이 벤다무스틴-리툭시맙 투여군 대비 호중구감소증의 발생 건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호중구감소증이 벤클렉스타-리툭시맙 투여군에서 더 많이 나타나긴 했으나,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감염이다. 열성 호중구감소증과 감염 관련 이상반응은 더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군 간의 독성면에서는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벤클렉스타 단독 투여 시에는 이상 반응의 발생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벤클렉스타는 현재 2차 병용요법에 허가, 3차 단독요법에 허가와 급여가 적용된 상태다. 기존 B-세포 수용체(B-cell receptor inhibitor, BCRi)와는 다른 기전을 가진 신약인 만큼, 더 이른 치료 단계에서 투여해 효과를 기대해 볼 가능성도 있는 걸까.
엄 교수는 “CLL은 3차까지 재발하면 내성이 많은 암세포만 남는다. 여기에 환자의 컨디션 저하 등 치료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내성 클론이 출현하기 전 초기에 벤클렉스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17p 결손 환자에서는 3차 치료 이전에도 투여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급여와 같은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차 약제로는 급여가 되는 이브루티닙이 있다. 그러나 벤클렉스타도 2차에서 급여가 적용되면 이상 반응 차이 등을 고려해 환자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어느 약제를 먼저 써야 좋다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연구된 부분은 없다. 좋은 약제를 빠른 단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 체계가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