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은 초기에 약물로 잡지 않으면 조절이 어려워 위험하지만, AED(antiepileptic drug, 항전간제)의 부작용이 큰 만큼 뚜렷한 원인 없는 경련에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원발성 증상을 보이는 첫 번째 뇌전성 발작 있을 때부터 AED사용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유는 ‘재발가능성’ 크기 때문이라는 것.
12일 코엑스 컨퍼런스룸 307호에서 열린 ICEM 2019에서 순천향대병원 박준범 교수는 ‘뇌전증의 약리학적 치료’를 주제로 조기 AED사용의 효능성과 부작용에 대해 발표했다.
뇌전증(간질, epilepsy)은 뇌세포의 무질서한 전기현상으로 인해 발생되는 증상인 뇌전성 발작(간질발작, unprovoked seizure)을 2회 이상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질환으로, 특히 약물 치료에 실패를 거듭할 경우 발작 조절율이 크게 떨어진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뇌전성 발작 처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원발성 증상성이 있다면 재발확률이 크기 때문에 즉각적인 AED의 사용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원발성 증상성(remote symptomatic, RS)은 경련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과적 손상은 가지고 있으나 급격한 유발원인(provocation) 없이 경련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박 교수는 “한 논문에 의하면 첫 뇌전성 발작이 있는 208명을 추적관찰한 결과 재발이 일어날 확률이 1년 뒤 14%, 3년 뒤 29%, 5년 뒤 34%였고 원발성 증상성 환자의 경우 재발률이 2.5배 더 높았다”며 “이는 뇌전성 발작 초기에 예방적으로 AED를 사용해야하며 특히 원발성인 경우 투약의 필요성이 더 대두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신경학회와 미국뇌전증협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기 발작 후 첫1-2년 사이에 가장 재발이 많이 일어나는데(5년 동안 재발 일어난 확률 46%, 그 중 1년 사이 32% 발생), 기존 뇌에 병변이 있는 경우 2.55배로 발생률이 더 높았다.
이어 전체 2년 동안 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AED의 즉각적 치료가 단기 예후(2년)에서 재발위험률을 35%(95%, 신뢰도 23%-46%)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문제는 AED의 부작용(side effect)이다. 약물마다 다르지만 부작용 발생 비율은 낮게는 7%로부터 높게는 31%까지 나타난다.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페노바비탈(phenobarbital), 페니토인(phenytoin), 발포레이트(valporate)제제로, 흔한 부작용으로는 인지장애, 체중 변화 혹은 스티븐스-존슨증후군, 중독표피괴사용해(toxic epidermal necrolysis)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부작용을 최소화한 AED 개발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FDA 신약 심사중인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cenobamate)’는 반감기가 길어 1일 1회 치료가 가능하고 우울증과 같은 신경정신학적 문제에도 치료 가능성이 있다고 나타났다.
박 교수는 “최근 국내외 임상에서는 케프라(레비티라세탐)가 보편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12세 이상 소아에게 사용가능하며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AED의 치료제는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작용이 커 환자에 적용 시 충분히 고려돼야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조기 치료는 발작 혹은 뇌전증 환자에게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