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psoriasis) 신약 시장은 수 년 전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덕분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졌지만,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신약은 중등증에서 중증 환자에 적용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건선 환자의 80%는 경증에서 중등증의 환자다. 이들은 병변이 넓게 진행되지 않은 만큼 국소 도포법만으로 환부의 치료가 가능해 ‘국소치료제’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독일 슐레스비히 홀슈타인대학교 킬 캠퍼스 메디컬센터 피부과 샤샤 게르데스(Dr. Sascha Gerdes) 박사<사진>는 “건선에서 국소치료제는 매우 중요하다. 중등증 이하 환자의 치료 뿐 아니라 중등증-중증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가교치료제’로, 전신 치료제의 효능을 보조하는 ‘보조치료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샤샤 게르데스 박사와의 일문 일답이다.
- 건선과 지루성 피부염이나 아토피, 건조한 피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건선은 나름의 독특한 특징을 보이는 피부 질환이다. 우선 모양 자체가 특이해 다른 일반 피부 발진과 확실하게 구분된다. 건선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하면 병변 부위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타나서 이환된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건선은 신체에서도 튀어나온 부위에 더 많이 병변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팔꿈치나 무릎, 두피 혹은 배꼽 부위에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아토피성 발진은 건선과 반대로 접히는 부위에 많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건선은 은백색 인설이 나타나는 것이 전형적인 특징이다. 인설만으로 불분명한 경우 피부과 선생님이 인설을 긁어서 떼어 냈을 때 건선만이 보여주는 독특한 증상이 있는데 그를 통해 건선이라고 확인할 수 있다.
- 최근 주목할 만한 국소 치료제 관련 리얼월드 연구는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으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비타민D 유도체를 복합한 스프레이제제인 엔스틸룸(성분명: 칼시포트리올/베타메타손 디프로피오네이트) 관련 비중재 임상연구(Noninterventional trial)를 들 수 있다. 평가 결과 몇 가지 두드러진 결과가 나타났는데, 첫 번째는 기존에 했던 임상 시험이나 피보탈 연구 대비 리얼월드에서는 더 중증의 환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증의 환자에게 국소 치료제를 적용했는데도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리얼월드에서는 4주간 치료 후 시험대상자의 49%가 IGA '깨끗함/거의 깨끗함'에 도달했다.
두 번째는 리얼월드에서 약품 사용량이 임상보다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임상만큼이나 효과가 좋게 나왔다는 것이다. 4주의 치료기간 동안 환자들은 평균 1.33캔의 엔스틸룸을 사용했다. 이는 피보탈 임상시험에서 더 중증인 환자들이 사용했던 엔스틸룸의 양의 절반 정도의 양이다. 하지만 효과는 임상시험이나 리얼월드나 차이가 없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
- 리얼월드 연구에서 생각보다 중증 환자들에게 국소치료제의 사용이 높았는데, 그렇다면 국소치료제를 중증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근거가 어느 정도 확립이 된건가.
리얼월드 연구를 하다 보니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이 있다. 중등증-중증 환자의 경우 전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전신 치료를 하기 전에 잠깐의 전환기 동안 먼저 환자를 준비시키는 ‘가교치료제’로 국소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다. 실제로 리얼월드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10%가 중증 환자였었고 환부 면적이 전체 체표 면적 대피 30% 이상 되는 중증 환자들이 10%였다. 이런 환자의 경우 국소치료제로만 치료하기에는 너무 증상이 중증이고, 그래서 전신 치료나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전신 치료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국소제로 먼저 시작을 하고 가교 역할을 한 후 전신치료로 넘어가는 쪽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치료제의 선택 자체가 흑백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전신성 치료제와 국소치료제를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전신성 치료제로 대부분의 증상을 컨트롤 하지만 여전히 잡히지 않는 남아 있는 증상에 대해서는 국소치료제를 추가해서 치료를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소치료제만 사용하는 단독 요법의 경우 환부가 전체 체표 면적의 10% 이하인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건선이 나타나는 환자들에게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 건선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지표 중에 PASI가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PASI는 경증과 중증의 환자를 나누는 데에 얼마나 활용이 가능한가.
PASI는 임상연구에 적용이 되도록 만들어진 마커다. 개인적으로 PASI는 중등증-중증 건선에 대한 평가에는 좋은 지표이지만, 환부 자체가 작게 나타나는 경증 건선에는 그다지 좋은 마커가 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PASI는 0~72까지 점수를 매기는데 10 이상만 되면 모두 중등증 혹은 중증으로 분류가 된다. 그러다 보니 경증 환자들은 0~10 사이에서만 중등도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분화해서 효과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적절한 치료 선택을 하는 데에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이런 경증 환자는 환부의 체표 면적을 따지는 BSA나 환자가 스스로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PGA가 더 효과적인 마커라고 판단된다. 아니면 이 두 가지를 곱한 것이 경증 환자들에게서는 효과적인 치료 마커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의 건선 환자들은 발병 초기 대체요법을 통한 치료를 시도했다가 결국 조기 치료가 늦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어떤 상황인가.
독일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모든 환자들이 조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한 첫걸음은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첫 번째 가이드라인 이행 후 실제 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고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평가를 했는데, 가이드라인을 시행 후 제대로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율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이 대부분 전신치료를 요하는 중증의 건선 환자들을 더욱 집중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경증에서 경증-중등증에 있는 환자의 경우 환자들의 상황이 가이드라인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가이드라인까지는 아니지만 지난 달에 국소치료제 사용을 위한 치료 경로(Treatment Pathway)를 발표했고, 이를 통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제를 쓰는 것이 좋은지 권고하고 있다.
- 최근 새로운 제형과 계열의 건선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국소 치료제를 포함한 건선 치료제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먼저 여기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여러가지 생물학적 제제나 새로운 계열, 새로운 제형의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치료 약제에 있어서의 발전은 전신치료제를 요하는 중증 환자들을 위한 것이 많았다. 그런데 국소치료제에 있어서는 지난 20년 동안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지 않아 그다지 두드러진 발전은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국소치료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비타민D 유도체, 이 두 가지 계열만 사용하고 있다.
다만 국소치료제의 경우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그동안 제형상의 개선만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비타민D 유도체가 합쳐진 하나의 복합제제로 만든 것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이며 도포를 쉽게 하기 위해 스프레이 폼과 같은 새로운 제형들이 등장한 것이 국소 치료제의 발전된 양상이다. 실제로 WHO에서도 신약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약을 환자들이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환자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