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벨 규제 완화 임박하는데…미해결 숙제 ‘여전’
안전성 관리 체계 부재…무분별한 사용 경계 필요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6-05 06:00   수정 2019.06.05 06:38
허가 받은 적응증 외의 질환에 의약품을 사용하는 일명 오프라벨(off label) 처방이 일부 병·의원가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3월 22일 보건복지부는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20일까지 의견수렴 기간을 거쳤으며 빠르면 6월 중 시행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존에 허가 범위를 초과한 의약품의 사용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가 설치된 요양기관에서만 가능했지만, 개정안에 따라 IRB가 설치되지 않은 모든 병·의원, 요양기관에서도 의약품의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오프라벨) 사용이 가능해진다.

허가 초과 의약품 사용 규제 완화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품목은 현재 대장암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이다.

아바스틴은 본래 항암제로 개발됐지만 황반변성 등의 안과 치료에도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제로, 루센티스, 아일리아 등 기존 황반변성 치료제가 급여를 획득하기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이점으로 습성 황반변성 치료에 오프라벨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현재 습성 황반변성은 난치성 질환으로 산정특례가 적용돼 환자부담금 10%만 지불하면 기존 황반변성 치료제 사용이 가능하다.

아바스틴 1바이알(vial)의 용량은 100mg/4ml로, 습성 황반변성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유리체 내에 주사할 때에는 소량씩 분주해서 사용된다.

문제는 국내 병·의원 내 무균조제 시스템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다면 감염 또는 실명에까지 이르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아바스틴 한 바이알을 10-30회 투여가 가능한 용량으로 분주해 황반변성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으며, 1회 치료비용은 약 15-25만 원 선으로 책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격은 허가된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들의 가격이 7-8만 원 선(시술비 제외)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의 금액이다.

또 항암제로 분류된 의약품을 항암제를 투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병·의원에서 투여하게 되면 감염 사고 위험이 증가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오프라벨이 합법화되고 개원가에까지 처방이 확대될 경우, 허가된 치료제 대비 비용 뿐 아니라 환자들이 정작 가장 필요로 하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서도 이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으로 환자들의 약제 접근성이 향상되는 것은 고무적이나, 약제의 조제 및 보관에 대한 감독 관리 체계 미비로 오히려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당할 수 있다”며 “특히 항암제 처방 시에는 전 의료기관에서 철저한 환자 안전 모니터링 보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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