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만 위험? 재사용 의료기기도 감염전파 가능성 '다분'
일회용 의료기와 마찬가지로 체계적 감염사례 관리 예방 강화 필요성 대두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6-02-23 13:00   수정 2016.02.23 13:02

1년전인 2015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소재 로널드 레이건 메디컬센터에서 십이지장경으로 췌담도내시경을 시행 받은 7명의 환자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에 감염됐고, 이 중 2명은 이와 관련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례가 보고됐다.

‘슈퍼박테리아’라고 알려진 다제내성균 중 하나인 CRE에 감염된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항생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례와 관련, 미국 FDA는 일반 내시경에 비해 특수한 구조를 가진 십이지장경의 경우 제조사 표준 지침에 의거한 소독 및 멸균을 시행했지만 다제내성균과 같은 세균 오염이 발생된 사례로 결론지었다.

수차례에 걸친 세척과 소독으로 기기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 있고 그 균열 공간에 체액이나 유기물질이 잔류되는 경우로, 세균으로 오염된 십이지장경 사용으로 인해 환자에게 감염이 전파되는 경우라는 판단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재사용 의료기기의 승인과 관련해 감염 전파 위험에 대한 안전성 마진(safety margin)을 충분히 입증하는 시험결과 데이터 등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십이지장경의 경우 일본 의료기기 및 광학장비 제조업체인 올림푸스, 펜탁스와 후지필름 3사가 미국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

기존에는 이들 업체들이 소독과 멸균절차의 서면 문구에 대한 심의만을 받았더라면 2015년 2월 이후부터는 해당 절차를 실례로 검증하는 구체적인 시험계획과 결과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FDA가 제조사들과 함께 십이지장경 안전성 프로파일 개선 및 지침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정작업과 시험결과를 요구하고 확인하는 심의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중증환자의 치료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고려해 십이지장경의 리콜이나 재디자인을 일괄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는 미국 FDA는, 일례로 올림푸스의 십이지장경에 대해 세균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지침 변경과 설계 변경을 올해 1월 승인했다.  이어 올림푸스는 승인 이후 시점에서 기존 모델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펜탁스의 경우 2015년 2월 기존 제품에 대한 지침의 수정을 시작했고 당해 5월 수정된 지침을 실례로 검증하는 시험을 시작했다.  7월과 9월 사이에는 안전성 마진을 충분히 입증하는 추가 시험을 진행했으며 10월에는 시험결과 데이터를 FDA에 제출했다.  이후 2016년 추가 시험결과 데이터 제출과 심의과정을 거쳐 올해 2월 업데이트된 지침의 적합성에 대한 FDA 권고승인을 받게 됐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지정선 교수는 지난해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아직 국내 보고는 없으나 십이지장경의 특수한 구조를 고려할 때 다제내성균 감염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소화기 내시경이 간단한 검사로서 역할뿐 아니라 침습적인 치료 시술까지 수행하게 되면서 내시경 관련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내시경실에 적용할 수 있는 감염관리 및 예방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회용 주사기 등의 재사용으로 인한 심각한 환자감염 사례들이 속속 발생하고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기 안전사고와 환자감염사례 등을 관련 윤리 및 법령에 포함하고 대상자 교육과 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재사용 의료기기도 일회용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관련법 개정과 사후관리방안의 재정비가 필요하며, 아울러 체계적인 감염사례 관리와 예방을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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