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대 흐름과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VS "아직은 아니다"
산업계와 의료계 의견 갈려...원격의료학회 "가이드라인 공청회 열겠다"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8-09 06:00   수정 2023.08.09 06:01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8일 열린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대학교병원 강건욱 교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장지호 회장, 헥토클리닉 임현정 대표, 메라키플레이스 선재원 대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송태균 본부장, 한국원격의료학회 박현애 회장, 메디컬노트 리사 킴 총괄매니저.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법제화를 코 앞에 둔 비대면 진료에 대해  산업계와 의료계의 주장은 여전히 엇갈렸다. 

산업계는 "시대 흐름과 현장의 실정에 맞게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내 여건상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원산협 출범 2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원격의료학회와 한국소비자연맹이 후원했다.

원산협은 이날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있어 국민 경험을 외면하면 안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사회적 합의를 촉구했다.

원산협 장지호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이제 모든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잡은 만큼 하루빨리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이사를 겸하고 있는 그는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기 이전인데도 국민 1379만명이 3661만건을 이용했다는 것은 이미 안전성을 담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시범사업은 제한적인 재진 기준 등으로 일부 국민만 이용이 가능해 환자·의료계·산업계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의료진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장 실정에 맞게 제도와 법을 완비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에서 비대면 진료의 성과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비대면 진료는 각 직능의 갈등이나 대립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비대면 진료를 3명 중 2명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계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원격의료학회 박현애 회장은 지난 3년 간 환자들의 상급 병원 쏠림 현상과 심각한 의료사고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국내 2020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의료보험 청구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의료기관의 약 28%가 비대면 진료에 참여했고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은 93.6%를 차지했다. ‘외국에 비해 비대면 진료 발전이 더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한  박 회장은  “이달 중 학회가  마련한 원격 의료 제공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각국의 글로벌 연사들도 자국의 사례를 전하며 “비대면 진료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의료 난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의 메디컬 노트 Risa Kim 총괄 매니저, 이스라엘의 쉐바 아크 Angela W. Rabinovich 최고사업책임자, 영국의 로열 버크셔 NHS 재단 Jo Kitchen 박사 등이 연사로 나섰다.

의료계에선 현 상태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부터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하지 않는다는 함의를 가지고 있는데 화상 원격 의료 역시 '대면'이라고 할 수 있다"며 용어를 '원격 의료'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권 교수는 비대면 진료 건수 등과 관련해 원산협이 제시하는 데이터가 '유의미'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다며, 진정한 원격 의료를 위해선 '안전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원격 의료의 분명한 가치는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국내 비대면진료가 안착하기 위해선 우리 의료계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싶어도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때문에 어렵다”며 의사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비대면 진료나 약 배송 산업이 '맞춤 예방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1부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장이 '키워드로 본 국제 의료 트렌드와 한국의 현주소'를 발표했다. 송 본부장은 "우리나라 의료관광시장은 2009년 의료법 개정과 2015년 의료해외진출법 제정으로 정부의 의료관광 활성화 정책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급성장했다"며 "향후 의료 기술 수준과 발전된 IT 기술의 융합,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