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늘어나는 골관절염 향정약 처방, 국내는 안전할까
보의연 ‘골관절염 향정약 처방현황 및 장기적 안전성’ 연구보고서 발간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8-03 06:00   수정 2023.08.03 06:01
해외에서 골관절염 치료를 위해 향정신성의약품의 사용이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보건의료연구원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내의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향정약 처방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픽사베이 

국내 골관절염 환자에 대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최근 10년간 감소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해외에서 골관절염 환자에 대한 향정신성약제의 병합 처방이 지속 증가하는 것과는 배치되는 상황이어서 눈길을 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골관절염에서 향정신성약제의 처방현황 및 장기적 안전성’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충분한 진료시간 확보가 어려운 만큼 골관절염 환자에 대한 향정신성약제 사용과 이로 인한 부작용 발생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됐다.

골관절염은 뼈의 관절면을 감싸고 있는 관절 연골이 마모돼 연골 밑 뼈가 노출되고, 관절 주변 활액막에 염증이 생겨서 통증과 변형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손상된 연골을 정상화하는 치료법이 없어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염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수준의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그 중 진통제는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치료제로, 장기 복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투약이 요구된다. 또 강한 진통 효과를 위해 향정신성 약제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고령의 환자에게서 의식 저하, 낙상 등 부작용이 야기된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김현아 한림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와 최인순 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에서 2011~2020년 골관절염으로 진료받은 182만1158명의 환자를 추출해  일반적 특성과 향정신성약제 사용 현황, 향정신성약제 성분별 사용 현황에 관해 10년간의 사용 변화를 추정했다.

그 결과 골관절염 환자에게서 시간이 지날수록 향정신성약제 사용이 점차 감소하다가 최근 3년간 일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관절염을 특성별로 확인했을 때 무릎, 고관절, 무릎‧고관절 골관절염 모두 향정신성약제 사용이 점차 감소했다가 무릎 골관절염을 제외한 다른 특성에서 2020년에 조금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또 향정신성약제의 상위 10개 성분 사용 현황을 확인한 결과, 전체 골관절염 환자는 모든 연도에서 트라마돌(tramadol), 트라마돌&파라세타몰(paracetamol), 디아제팜(diazepam), 알프라졸람(alprazolam) 순으로 사용량이 많았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바펜틴 프레가발린의 사용이 증가한 반면, 아미트리프틸린 에티졸람 로라제팜의 사용은 감소했다. 또 최근 3년간 펜타닐 쿠에티아핀의 사용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구자들은 “골관절염 환자에서 향정신성약제의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향정신성약제 사용 추이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중 마약성 진통제 사용 비율이 줄어들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현아 교수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증가하는 해외와는 다른 현상이 나타난 것은 국내 전문가의 자성과 급여 제한 등 제도적 장치가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50% 이상의 골관절염 환자에게서 향정신성약제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선 향정신성약제 사용에 좀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와 환자에 대한 교육과 제도적 뒷받침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골관절염 환자의 향정신성약제 처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골관절염에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전체 마약성 진통제 사용의 10% 이상을 차지고 있다. 사회적 경각심과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7년 이후 골관절염 환자에 대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16만4292명의 골관절염 환자에게 항우울제인 아미트리프틸린(amitriptyline), 가바펜틴(gabapentin), 프레가발린(pregabalin)의 처방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레가발린은 2008~1017년 1000명당 7.1건에서 13.9건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아미트리프틸린은 가장 흔히 처방되는 약제로, 1000명당 15.1건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3%의 환자에게는 이들 약제가 3개월 이상 장기 처방됐다. 이같은 양상은 고령자, 여성, 척추 골관절염‧다관절 골관절염‧다른 근골격 질환이 동반된 환자에게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영국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21만5357명의 대상자 중 골관절염을 가진 환자의 처방율은 대조군보다 가바펜티노이드 처방이 3배 높았고, 가바펜티노이드와 오피오이드의 병합처방은 연간 4.03person-year(1인당 수명을 계산하는 단위)에 달했다.

노인 환자에게도 이와 연관된 연구가 있었다. 2009년 미국 노인 환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9종의 약물과 낙상 위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진정제와 항우울제, 신경안정제인 벤조디아제핀은 낙상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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