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 ‘레슬리주맙’, 하반기 급여등재 여부 촉각
의료계‧환자단체 급여 요구 한목소리…복지부‧심평원 “필요성 공감, 노력할 것”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7-26 06:00   수정 2023.07.26 06:01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이  2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중증천식 환자 삶의 질: 치료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약업신문

중증천식 생물학적 제제 ‘레슬리주맙’의 급여화가 올해 안에 성사될지 주목되고 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급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레슬리주맙은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보험 급여 혜택을 못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이 2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중증천식 환자 삶의 질: 치료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선 중증천식의 심각성과 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의 실태가 낱낱이 전해졌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이 열었던 ‘중증천식 진료현황과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다.

김태범 교수가 주제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

첫 번째 발제자인 서울아산병원 김태범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중증 천식에 특화된 생물학적 제제 접근성 향상과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며 “모든 생물학적 제제가 환자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개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증천식 환자당 약제비용이 비중증 환자의 10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체 천식 의료비에서 중증천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2019년 기준 중증천식의 생산성 손실과 삶의 질 관련 무형비용은 약 4조원으로, 천식으로 인한 1인당 비용 역시 중증천식 환자가 경증환자 대비 약 9배 높게 나타났다.

천식으로 인한 사망률 또한 10년 사이 3배나 증가,  OECD 국가 중 2위를 기록했다. 입원율도 OECD평균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중증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연구 결과,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와,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급성 악화로 인한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다”며 “연구에 참여한 모든 중증천식 환자들은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해 체중증가, 감정기복,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등 부작용을 1가지 이상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중증환자와 비중증 환자의 삶의 질을 비교한 연구 결과, 중증환자 삶의 질이 경증환자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발작 위험과 응급상황 시 의료접근성에 대한 불안, 잦은 기침에 따른 일상의 불편함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김 교수는 "천식 환자의 삶의 질은 관절염을 제외한 주요 만성질환 환자 중 가장 낮았고, 중증천식은 암환자보다도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새명이 위협받을 만큼 낮은 삶의 질을 경험하는 중증천식 환자들도 생물학적 제제 치료 후에는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생물학적 제제의 사용 전과 6개월 후 삶의 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모든 삶의 질 평가도구에서 약제 사용 전보다 지표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증천식 환자가 늘어날수록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증가한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증천식에 특화된 생물학적 제제 접근성 향상과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산백병원 정재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역시 “가장 시급한 건 급여화”라며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천식 환자의 심각성을 전했다.

정 교수는 “천식 진료지침의 마지막 단계인 4~5단계 치료에도 조절이 되지 않는 중증천식환자들은 장기간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지만 전신에서 심각한 부작용으로 합병증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구 스테로이드제의 누적 투여량이 증가할수록 골다공증‧골절 위험은 최대 5배, 심부전‧심근경색증은 최대 2.5~3배, 제2형 당뇨병은 최대 2.5배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천식기구(GINA) 가이드라인에는 5단계 중증천식 환자에게 생물학적 제제 사용을 추천하고,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지침이 나와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한국 천식 진료지침도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장기간 사용을 피하고 어쩔 수 없이 투여가 필요하다면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증천식 환자의 경구 스테로이드제 지속 복용 비율은 미국의 4.5배에 이른다. 그 이유는 급여화된 생물학적 제제가 ‘오말리주맙’ 하나뿐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마저도 식약처 허가 이후 급여 등재까지 13년이 걸렸다.

정 교수는 “올해 또 다른 생물학적 제제인 ‘레슬리주맙’의 급여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 역시 2017년 식약처 허가 후 7년째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추세지만 한국은 거북이걸음”이라며 “생물학적 제제를 통해 중증천식의 증상 조절이 효과적으로 관리된다면 사망 예방은 물론 비용효과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중증천식 환자의 다양한 특징으로 인해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국내 출시돼있는 모든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급여 검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가지 약제만으로 치료할 경우  장기적으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이 중증천식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정부의 입장과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약업신문

급여등재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 역시 중증천식 환자의 실태와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건강보험 재정을 여러 질환이 나누다보니 암과 희귀질환 위주로 재정이 쏠려 중증천식이 급여화 순서에서 좀 밀렸다”며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제약사의 자료 제출이나 약품 가격에 문제가 있어서 심평원 평가나 건보공단 약가협상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오 과장은 “다행스러운 것은 한 가지 약제(레슬리주맙)가 비용효과성을 인정받아 심평원 평가를 마쳤고, 공단과 제약사가 가격협상을 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이 절차는 60일 정도 걸리며,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하반기에는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심평원 유미영 약제관리실장 역시 “오말리주맙이 식약처 허가 후 13년 만에 급여등재된 이유는 안타깝게도 제약사와의 약가협상이 막판에 결렬됐기 때문”이라며 “4가지 약제가 급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경제성 입증이 쉽지 않지만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위험분담제 확대 등을 고려해 정부가 좀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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