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내년에는 제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채택에 이어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 마련 등 초석이 마련된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지난달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더욱 힘이 실렸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범부처 합동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신성장 4.0 추진전략’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포함되면서 업계 반대가 큰 가운데서도 제도화가 관철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대세로 전환된 ‘제도화’…“의약계와 협의” 강조하지만
올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한시적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보다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일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했으며,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명확히 언급했다. 조 장관은 “의료계에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 의료계와 협의하며 제도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복지부가 마련한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뼈대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복지부는 플랫폼 이용자의 의약품 오‧남용, 환자의 선택권 제한 등이 우려됨에 따라 의약계 의견을 수렴해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업계 반발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화 의지를 꺾지 않고 초석을 다지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 범정부 차원 신성장 추진전략에 ‘민간수요‧투자효과가 큰 경제분야 7대 테마별 핵심규제 혁신방안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포함시켰다.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지난달 비대면 진료 내용이 포함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개정 제안 이유에 대해 대면 진료를 보완해 비대면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경우를 마련함과 동시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도서‧벽지 환자, 감염병 환자, 국외 거주 환자나 장애인, 교정시설 환자 등 의료이용이 제한된 환자 등에 한정해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과 궤를 거의 같이 하는 것으로, 여‧야 의원이 공통된 주제의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국회에서 성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닥터나우 등 플랫폼 문제 여전…업계 반발 잠재우기도 ‘변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약사법‧가이드라인 위반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나면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가시지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사회는 약 배달을 포함한 비대면 진료가 국민 건강을 위한 차원에서 근시안적 판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닥터나우를 모니터링한 결과, 약사법과 가이드라인 위반 혐의가 확인됐다며 서울 서초구보건소에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를 의뢰한 바 있다. 경기도약사회도 닥터나우를 약사법 위반으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편의라는 명목으로 대면 진료의 대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닥터나우의 약사법‧가이드라인 위반 사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마약류의약품 처방 △전문의약품 이름을 교묘히 바꾼 꼼수 광고 △환자의 약국 선택권 제한 △창고형 조제약국 불법 운영 의혹 등을 따져물었다. 같은 당 신현영 의원 역시 비대면 진료를 통한 급여 부당청구 적발 건수가 대면진료의 1.5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해 불법이나 탈법행위는 약사법 위반 소지가 판단되면 법적 제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