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기자단).
자신이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 가치에 부합하는 인선이라며 모든 의혹에 떳떳하다고 강조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무사히 관직에 오를 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북대의대 편입학 의혹에 휩싸인 정 후보자의 아들이 오탈자까지 완벽히 똑같은 이른바 ‘복붙’ 자기기술서 서류를 2017, 2018년 편입학 전형에 그대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3일 인사청문회에서 오후 7시께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고, 정 후보자 아들의 2017,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학 ‘자기기술서’ 서류를 들어보이며 “오탈자까지 똑같다”고 폭로했다.
고 의원은 “2017년 정 후보자 아들의 자기기술서 원서가 도착했다”며 “(확인 결과)2017년에는 불합격했는데 2018년에는 합격했다. 그런데 점수 차이는 최소한 40점 이상 난다. 학점, 영어 점수 다 동일하다. 심지어 오탈자까지도 똑같다”고 밝혔다.
그는 “동일한 서류를 가지고 4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주관적 개입이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명백한 특혜가 밝혀진 이상 더 이상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딸의 구술 평가에 대해서도 아빠 친구들만 딸에게 만점을 준 게 아니라 다른 세 명도 만점을 받았다는 것의 허위 발언에 대해 본인도 인정했다. 하지만 뉴스 보도에서는 이미 아빠 친구들이 딸에게만 만점 준 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만점을 줬다고 이어졌다”면서도 “인청팀은 여기에 대해서 지금까지 수일이 지났지만 바로잡지 않았다.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더 이상 인사청문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일부 의원들 역시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고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김성주 의원은 “장관 인사청문회를 여러 번 했지만 이런 청문회는 진짜 처음이다. 이렇게 의혹이 많은 후보도 처음이고, 핵심 자료를 제출 거부하거나 기피한 것도 처음”이라며 “(후보자의)답변 태도도 아주 불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청문을 통해 우리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다. 이건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밝힐 문제”라며 “더 이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저는 퇴장하겠다”며 현장을 떠났다.
정 후보자는 ‘아빠 찬스’에 이은 ‘이모부 찬스’ 의혹으로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으로 재직할 당시 처조카가 계열 병원 간호사로 취업했으며, 그 과정에서 후보자가 서류 및 평가위원으로 직접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서다.
고민정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의 처조카 A씨는 2015년 칠곡경북대병원(제2경북대병원) 공채에 합격해 현재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공채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이었고, 평가위원으로 1차 서류, 2차 면접 전형에 참여했다. 친인척 지원 관련 회피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경북대병원 내부에서는 A씨 채용에 대해 ‘이모부 찬스’로 취업한 것 아니냐는 후문이 돈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은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설명하기 곤란한 집안 사정으로 처조카 집안과는 오랜 기간 왕래가 없었다”며 처조카의 응시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지침에 따르면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신고 의무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발생한다. 공교롭게도 정 후보는 “처조카는 응시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후보자 역시 사전에 처조카의 응시 여부를 알 방법이 없어 응시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