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사용 승인한 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존슨앤드존슨 계열사 얀센이 개발한 백신으로 승인 날짜는 지난 4월 7일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방역당국은 희귀 혈전이라는 심각한 부작용 논란으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잠정 사용 중단이라는 조치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최근 얀센 백신마저 식약처 승인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희귀 혈전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내 방역에 악재가 되고 있다.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 전달체(벡터)라는 같은 방식의 백신으로 접종 후 희귀 혈전이라는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국내외 보고되면서 바이러스 벡터 백신 전체의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에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비중이 높은 것 또한 악재로 여겨지고 있다. 상반기 확정 물량인 1808만8000회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067만4000회분으로 6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방역당국이 언급한 얀센 백신 600만회분은 도입 예정이었던 물량으로 1808만8000회에 달하는 확정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상반기 도입이 유력했던 백신이다.
또한 얀센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지만 2회 접종이 아닌 1회 접종으로 신속한 집단면역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백신으로 기대를 모았다. 1회 접종 장점을 갖춘 얀센 백신까지 유사한 혈전 논란에 휩싸이면서 접종 대상이 제한될 가능성이 한껏 높아진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목록으로부터 영구 퇴출이라는 예측도 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얀센 백신 700만회분 접종 후 보고된 희귀 혈전에 대한 초기 대응으로 13일(현지 시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공동으로 얀센 백신 사용의 잠정 중단을 권고하면서 첫 번째 파장이 일어났다. 다음날 14일(현지 시간) CDC 독립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긴급회의를 개최했지만 관련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면서 두 번째 파장이 연이어 밀려왔다.
이처럼 얀센 백신발 혈전 논란의 첫 번째 파장은 현지 시간으로 13일, 한국 시간으로 14일 관측됐다. 국내에서는 1주일 전인 4월 7일 식약처가 얀센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고 같은 날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같은 방식의 2개 백신과 희귀 혈전이라는 심각한 위험을 면밀히 검토하는 관련 당국간 협의 부재와 일관성이 결여된 엇갈린 결정들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검토를 위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접종 실시를 중단했다. 이는 7일 오후에 내린 잠정 사용 중단이라는 결정에 따른 것이다. 불과 나흘만 접종 실시를 중단했고 "접종 이득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자문기구 권고로 12일부터 다시 접종을 재개했다. 30세 미만에 대해서 접종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방역당국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라고 알려진 자문기구는 투명성이 결여된 과정과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 전체에 대한 불신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혈전 부작용과 벡터 방식 백신 간의 인과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CDC 자문기구 ACIP는 지난 14일(현지 시간)의 판단 유보 이후 열흘이 지난 시점인 23일(현지 시간) 회의를 재개한다고 알렸다. 혈전 부작용이 접종 후 2주 전후 시점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 700만명에 달하는 기접종자에 대한 더 많은 근거를 23일 재소집 시점까지 확보한다는 방안이다.
미국은 화이자-바이온테크(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처럼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동시에 백신 효과를 보강하는 '부스터 샷(booster shot·추가접종)'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미국 보건당국이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얀센 접종의 영구 중단도 권고할 수 있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만약 미국에서 얀센 백신이 접종 목록에서 제외되거나 사용이 크게 제한된다면 그 '세 번째' 파장은 국내 방역에 대형 악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