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필요한 고급 인력이 현행 교육체계에서 양성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권순만)은 30일 발간한 ‘바이오의약품 산업 분석 및 정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 기업은 총 53개 기업에 59개 제조소가 있으며, 시장 집중도가 큰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총 2조5,377억원을 생산하고 있어 기업당 평균 430억원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 실적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액의 약 28%를, 2위 기업인 녹십자는 22%를 차지하면서, 전체 시장에서 두 기업의 비중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10개 기업의 전체 생산액에서는 약 80%를 차지해 집중도가 상당히 높은 시장 구조를 보였다.
바이오벤처, 연구개발 비중 늘려
진흥원은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 외에도 아직까지 개발 성과는 없으나, 다수의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활동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진흥원에 따르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중 의약품 개발 기업은 2018년 기준 376개로, 462개의 식품 관련 기업 다음으로 많았다. 신규 설립된 359개 기업 중 의약품 개발 기업은 229개로 전체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의약품 개발에 참여하는 바이오 중소‧벤처기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 기업 중에서도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업은 56개로, 전체 의약품 개발 기업의 14.8%를 차지했으며, 2016년 12.4%, 2017년 12.9% 대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조직공학 제품 등 재생의료 관련 분야인 신개념치료제를 포함할 경우,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업은 전체 의약품 개발 기업의 25.5%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벤처기업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수는 1,471개로,2016년 1,015개, 2017년 1,067개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의약품 관련 기업은 2016년 211개, 2017년 221개, 2018년 286개로 증가했다. 의약품 기업 중에서도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업의 비율은 2016년 29.4%, 2017년 30.3%, 2018년 28.3%로 감소한 반면, 기업의 수는 오히려 2016년 62개에서 2018년 81개로 지속 증가했다.
연구개발 인력, 수요 많지만 적임자 없어 미충원율↑
신약 연구개발에 있어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연구개발 인력이지만, 아직 현장에서 요구하는 고급 인력이 부족해 채용율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약 연구 분야별 연구 개발 인력은 전체 5,842명으로 각각 신약 2,335명, 개량신약 1,597명, 제네릭‧바이오시밀러‧백신 3,749명, 원료의약품 724명, 기타 분야 137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5년대비 각각 전체 50.9%, 신약 15.9%, 개량신약 43.6%, 제네릭‧바이오시밀러‧백신 144.6% 증가한 것이다.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 인력도 증가 추세에 있지만, 특히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각각 66.4%, 411.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유한 연구인력 규모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요 상장 기업 27곳의 연구개발 인력은 5,005명으로 전년동기의 4,720명 대비 6% 증가했다. 가장 많은 연구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셀트리온으로 639명으로 나타났고, 이어 ▲한미약품 577명 ▲종근당 547명 ▲녹십자 458명 ▲유한양행 273명 순으로 나타났다.
진흥원 관계자는 “제약산업에서의 인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제약산업 분야에서 향후 5년간 생산, 연구개발 등 분야에서 1만~3만명의 전문인력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제약산업에서의 인력 미충원율은 평균 4.2%로 나타났는데, 이는 채용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적임자를 찾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진흥원은 바이오‧제약 산업 분야에서 2017년 대비 오는 2022년에는 8,101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2030년에는 4만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신제품 R&D, 생산 품질관리 등 분야에서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의약품 인허가 전문가, 의약품 경제성 평가 전문가, 제약 기술경영 전문가 등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과학 등 융합 분야의 인재가 필요함에도 불구, 기존 학술‧임상 중심의 의‧약학 교육 등을 통해서는 고급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제약기업은 생산 및 연구 등 즉시 투입할 수 있는 현장형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현행 교육체계는 기초학문 위주로 편중돼 있다”며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배양 및 품질 관리 등 현장에 즉시 투입될 인력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어 “생산 인력 외에도 신약 개발에 필수인 임상 및 중개연구 분야의 전문인력 수요도 증가하고 있으나, 임상약리 전문의, 제약‧바이오산업 전문 약사 등 전문인력을 부족해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