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임상재평가에 대해 제약사들이 적응증 선택과 허가 취소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정부 결정에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해 총 3,525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거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의 효능·효과를 적응증으로 한다.
지난 6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광범위한 적응증을 축소코자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 재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공고했다. 이에 따라 134개사 255개 품목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할 것을 주문하고, 임상시험을 실시할 경우 12월 23일까지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식약처는 약가 환수 문제와 상관없이 23일까지 업체들로부터 계획서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해당 계획서를 검토 후 최종 프로토콜이 정해지면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에 돌입하게 되며 적어도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계획서를 제출한 제약사는 임상시험이 완료될 때까지 지금처럼 판매, 처방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다음날부터 2개월 판매 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다시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면 연이어 6개월, 그 후 '품목 허가 취소'가 된다.
문제는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날 경우다. 그 동안 약물 유효성은 물론이고 재평가 기간 판매에 대해 문제제기 또한 이어질 것이기 때문. 이와 관련, 복지부와 심평원은 재평가 실패 시 급여를 환수하는 방안을 놓고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임상재평가 결과, 특정 적응증이 통째로 삭제될 경우 판매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모든 적응증이 입증을 실패하면 해당 약물 허가 취소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뇌기능개선제로 사용되는 ‘아세틸-L-카르니틴’제제가 최근 적응증 일부가 삭제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어떤 적응증을 가지고 임상에 참여해야 할지, 아니면 임상을 포기할 지 고심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비용 부담을 덜고자 대부분 제약사가 공동생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종근당·대웅바이오의컨소시엄은 12월 9일까지 콜린제제 임상재평가 참여업체를 모집한 결과 총 47곳이 참여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별도로 임상재평가를 수행하겠다고 표명했던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32곳의 임상 참여 업체를 모집했다고 밝혔다. 재평가 대상으로 지목된 업체 총 134곳 중 70곳 이상이 참여를 결정한 것이다.
해당 적응증도 다르다. 종근당이 퇴행성 경도인지장애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임상시험을 각각 수행하고, 대웅바이오가 치매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임상비용은 총 271억원으로 추산된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콜린제제 적응증 중 경도인지장애만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 규모가 크면서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타깃으로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예상 임상비용은 60억원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한 약제에 각각 다른 적응증이 부여된다면 혼란을 야기 시키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식약처는 일단 서류를 모두 취합해 봐야 알 수 있다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결과를 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도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임상재평가 계획 행보가 공개된 가운데, 향후 식약처 결정부터 임상까지 고된 여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