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을 보유한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등에 슈퍼컴퓨팅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내외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을 통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4개국의 코로나19 대응 슈퍼컴퓨터 활용 사례를 정리했다.
사스・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신종 전염병 발병이 인류의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주요국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대응・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전례없는 속도로 확산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을 AI가 가장 먼저 예측해 주목받은 바 있다. 캐나다 AI 의료 플랫폼 업체인 '블루닷(BlueDot)'이 2019년 12월 31일 코로나19가 2020년 초 대유행에 접어들 것이라며 경고하면서 WHO(1.9)・CDC(1.6)를 앞서 예측한 사례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바이러스 구조 및 백신・치료제 연구개발에 활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과기부는 전했다.
한국= 한국과학기술정보원은 세계적 수준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투입해 약 2만종의 약물 중 코로나19 프로테아제의 억제제 후보 약물을 탐색하는 연구 진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사용할 슈퍼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국내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누리온을 활용하는 연구 프로젝트의 상시 신청・접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과기부가 3월 26일 슈퍼컴퓨터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우리 자체 기술로 개발하기 위한 선도 사업의 본격 추진을 발표했다.
슈퍼컴퓨터용 고성능 저전력 CPU 및 코어 설계 기술을 확보・운영하기 위한 SW 및 계산노드를 개발하고 여러 대의 계산 노드를 연결해 클러스터 시스템 시제품을 개발했다는 것.
또한 CPU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개발 초기부터 HW・SW 기술을 함께 설계하고 슈퍼컴퓨팅 응용 분야에 특화된 CPU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미국= 올해 3월 23일부터 IBM・MS・구글 등 주요 IT기업과 백악관 기술정책실・에너지부 등 정부기관, 에너지부 산하 주요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코로나19 고성능 컴퓨팅 컨소시엄'을 구축해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내 우수한 슈퍼컴퓨터를 코로나19 관련 세계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개방해 바이러스 구조 해석, 시뮬레이션 가동, 감염 확대 지역 예측 등 연구를 지원한다. 컨소시엄의 계산 능력은 400페타플롭 이상으로 슈퍼컴퓨터를 50대 합친 연산 처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4월 중순 35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 제안이 접수됐으며, 운영위원회 심사 후 어떤 프로젝트에 어떤 슈퍼컴퓨터를 할당할지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부 산하 다수의 연구기관에서 슈퍼컴퓨터 자원과 핵심 인력 등을 활용한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최대 연산 속도가 207페타플롭스(초당 20경 7,000조 번)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 슈퍼컴퓨터 '서밋' 투입했으며,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세계에서 두 번째 빠른 '시에라'를, 아르곤 국립연구단지에서는 2021년 가동 목표인 엑사플롭급 ‘오로라(Aurora)’를 백신・치료제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4월 8일 코로나19 고성능 컴퓨팅 컨소시엄에 합류한 엔비디아도 세계 연구진에게 연구 속도 개선에 도움이 되는 GPU 기반 시퀀싱 분석 SW를 90일간 무료 제공한다. 이는 AI, HPC, 약물 발견, 분자 역학, 유전학, 의료영상,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 주요 영역 전반에서 전문지식을 보유한 자사 기술력을 오픈해 연구개발에 이바지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톈진(天津) 국립슈퍼컴퓨터센터(National Supercomputer Center)에서 지난 1월부터 슈퍼컴퓨터를 신약 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텐센트・바이두를 비롯해 중국 슈퍼컴퓨터센터 등은 자사의 컴퓨팅 자원을 개방해 리보핵산(RNA) 예측 알고리즘을 세계 연구진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바이두는 RNA 예측 알고리즘인 리니어 폴드(LinearFold)와 현존하는 가장 빠른 RNA 구조 예측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번 공개는 많은 연구자에게 바이러스 RNA 2차 구조 예측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바이러스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높이고 백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미 바이두 AI 과학자들은 리니어 폴드 알고리즘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2차 구조 예측 시간을 55분에서 27초로 크게 단축했다.
알리바바는 2015년부터 유전체 연구를 수행해 온 클라우드 사업부가 클라우드 AI 컴퓨팅 기능을 과학 연구기관에 무료 제공하거나 대학연구기관과 협력·추진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의 유전체 조직 중 하나인 베이징 게놈 연구소(BGI: Beijing Genomics Institute)에서 고성능 컴퓨팅과 데이터 분석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칭화대학교 글로벌 건강의약품 디스커버리 연구소(GHDDI: Global Health Drug Discovery Institute)와 파트너십을 맺고 AI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오픈소스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문무과학성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초고속 슈퍼컴퓨터 자원을 백신・치료제
연구개발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슈퍼컴퓨터 '케이' 후속 제품으로 공정과 정비를 진행 중인 후지쯔 '후가쿠(富岳)'를 예정(2021년)보다 앞당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본격 투입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후가쿠는 AI와 빅데이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력・계산 성능 및 사용자 편의성을 갖춰 사회 현안을 해결하며 일본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등 세계 최고 성과 창출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공정을 완료한 상태는 아니지만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냈던 '케이'보다 8배 빠른 계산 속도를 갖추고 있어 일본에서 가장 빠른 연산 처리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후가쿠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 발견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 구조 파악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 분자 궤도 계산 △감염 확산 현상과 대책 시뮬레이션 분석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일본은 후가쿠 외에도 대학・국립연구소가 보유한 일본의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코로나19 연구개발에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4월 15일부터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코로나19를 극복할 과제 공모를 실시했는데, 훗카이도대학・도호쿠대학・쓰쿠바대학・도쿄대학 첨단공동 고성능컴퓨팅시설(JCAHPC)・도쿄공업대학・나고야대학・오사카대학・교토대학・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