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링푸라우 ‘바이토린’發 위기로부터 인핸스?
“어게인 환골탈태(Turnaround)” 기대 속 예의주시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8-01-22 18:02   수정 2008.01.24 17:05

대표품목이었던 항알러지제 ‘클라리틴’(로라타딘)의 특허만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쉐링푸라우社는 지난 2003년 봄 부임한 프레드 핫산 회장의 진두지휘로 환골탈태(Turnaround) 전략을 실행에 옮기면서 하나 둘씩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무렵부터는 과거 10여년간 지속되었던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발표까지 나오기 시작했을 정도.

쉐링푸라우측이 그 같은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블록버스터 콜레스테롤 저하제로 성장한 ‘제티아’(에제티미브), 그리고 머크&컴퍼니社와 함께 선보인 ‘바이토린’(에제티미브+심바스타틴)의 성공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따라왔다.

그런데 올들어 지난 14일 양사가 ‘ENHANCE 시험’으로 불리던 임상시험 결과를 마침내 공개함에 따라 다시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연구가 총 720명의 이종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에게 ‘바이토린’ 또는 ‘조코’(심바스타틴)을 복용토록 한 결과 ‘바이토린’의 효과가 당초 기대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론을 담고 있었기 때문.

그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쉐링푸라우의 주가가 불과 며칠새 20% 안팎까지 뒷걸음질치는가 하면 내부자 거래 형태의 주식처분 의혹이 불거지는 등 또 한차례 격변(turnaround)의 징후가 엿보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쉐링푸라우측이 직면한 위기징후는 머크&컴퍼니社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4년 9월말 블록버스터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가 리콜조치된 데다 2006년 6월말 ‘조코’마저 특허만료된 현실 속에서 ‘바이토린’의 존재감이 적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쉐링푸라우가 심근경색 위험성을 낮춘 차세대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개발하기 위해 머크측과 손을 잡았던 것은 지난 2000년도의 일. 그 후 양사는 2002년 10월말 FDA로부터 ‘제티아’의 승인을 받아낸 데 이어 2004년 7월말에는 ‘바이토린’까지 허가를 취득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제티아’는 간 내부에서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저해하는 기존의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들과 달리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둔화시키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인 데다 심근경색 부작용 위험성까지 낮춰줄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기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들로 치료에 여전한 어려움을 겪었던 상당수의 환자와 의사들이 ‘제티아’와 ‘바이토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당연지사!

이에 따라 양사가 ‘바이토린’의 뛰어난 약효를 한층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착수했던 ‘ENHANCE 시험’은 당초 심근경색을 유발하는 혈관 내부의 플라크 축적을 감소시켜 줄 수 있을 것임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2년여에 걸친 추적조사 끝에 도출된 것은 경동맥 부위의 굵기변화 측면에서 볼 때 ‘바이토린’ 또는 ‘조코’ 복용群 사이에 유의할만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예상밖 결론이었다. 다만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도의 경우 ‘바이토린’ 복용群은 58%에 달해 ‘조코’ 복용群의 41%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이 ‘ENHANCE 시험’은 원래 결론도출 시점이 2006년 4월경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와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 등이 당초 기대와 다른 연구결과가 속속 도출되어 나오면서 ‘ENHANCE 시험’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어 왔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쉐링푸라우측은 ‘ENHANCE 시험’의 복잡성 등을 발표지연의 사유로 언급하면서 양해를 구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ENHANCE 시험’ 결론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해 12월 의회에서도 연구결과의 공개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올들어 시험결과를 공식적으로 공개한 쉐링푸라우와 머크 양사는 현재 “공식발표에 앞서 2주 전에야 전체 연구결과를 인지했다”며 적극해명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양사의 제휴로 설립된 회사의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스킵 어빈 이사는 “내부적으로 연구결론을 충분히 숙지하고 의미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사는 ‘ENHANCE 시험’과는 별도로 총 20,000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바이토린’과 관련한 3건의 임상시험을 추가로 진행 중이다. 아울러 유력신문의 일요版에 ‘바이토린’의 효능과 안전성을 어필하기 위한 전면광고를 게재하는 등 정면돌파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심장병학회(ACC)도 특정한 한 두가지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단박에 재단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며, 현재로선 ‘ENHANCE 시험’ 역시 후속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는 입장의 발표문을 15일 내놓았다.

과연 쉐링푸라우社와 머크&컴퍼니社가 ‘바이토린’으로 인해 불거진 위기징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제약업계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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