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자와 사진가로서의 꿈 모두 이루고파
권순경
임세호 기자 woods3037@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6-04-12 15:59   수정 2006.04.19 09:37
“정년퇴임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주위를 봐도 65세 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퇴임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고요. 그러기에 이렇게 건강하고 명예롭게 퇴임 한다는 것에 무척 감사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28년간 몸담았던 덕성약대를 떠나는 권 순경 교수는 건강하고 명예롭게 퇴임한 다는 것이 삶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라고 퇴임의 심정을 밝혔다.

지금의 건강체는 1976년 독일 유학 후 국방연구소에 재직하던 중 언덕길조차 쉽게 올라가지 못했을 만큼 체력이 안 좋은데 충격을 받고 몇 십 년에 걸쳐 꾸준하게 해온 등산과 조깅의 결과라고 귀띔했다.

권 교수의 집안은 보수적이긴 했지만 기독교 문화를 접한 탓에 개화가 빨랐다. 그런탓에 집안에서는 권 교수가 의사가 되길 원했고 한다. 그런 집안의 권유가 있었지만 권 교수는 피를 보는 게 그 무엇보다 싫어 의사가 아닌 약사의 길을 택했다.

서울약대 58학번으로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2년 후인 1967년부터 덕성약대에서 봉직한 권 교수는 당시만 해도 해외 유학을 다녀온 교수가 흔치 않아 그 인기는 대단했다고 하며 그런 자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덕성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줄곧 강의 평가 1위를 기록하는 등 학생을 가르치고 아끼는 일에 인생을 바쳤다.

권 교수는 처음 덕성여대를 왔을 때 학교 실험실에 시약도 실험기구도 하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 독일 유학 당시 지도 교수였던 슐테 교수에게 SOS 요청했다.

그나마 슐테교수의 도움으로 덕성약대 실험실은 최소한의 시설을 갖출 수 있게됐고
훗날 그 기기들은 덕성여대 중앙기기실의 모태가 됐다.

권 순경 교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슐테 교수의 은혜를 평생 잊을 수 없다."며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끝까지 그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지켜나간다."는 자신만의 인간관을 밝혔다.

또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일방적인 게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것이고, 그런 서로간의 교류와 공감이 있었기에 전무후무 하게 퇴임식과 사진전이 같이 열렸던 이번 행사를 많은 성원속에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졸업생 치고 권 교수 집에서 밥 한번 안 먹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권 교수의 제자 사랑은 유달리 애틋하다. 아마 퇴임식에 왔던 학생들 대다수도 그의 집에서 밥 한 끼 정도는 먹고 간 학생일 것이다.

“정년이라! 사실 미국에는 정년이라는 게 없어요. 65세라는 나이가 아직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제게 주어지는 이 시간들을 더 많은 일들을 자유롭게 하라고 주어진 시간들이라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네요.”

지금도 권 순경 교수는 주2회의 강의와 제약회사 자문역할, 야생화와 약초에 관한 집필, 사진촬영 등으로 현역의 그 누구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권 순경 교수가 요즘 한창 몰두하고 하고 있는 사진은 그에게 있어 제 2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멘토이며 최근 퇴임식과 겸해 개최된 ‘야생화 사진전’ 에서는 3년에 걸쳐 촬영한 수천 장의 야생화중 61점을 엄선해 꽃을 피워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권 교수는 "사진은 기록이다. 또한 그 기록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감상적이어서도 안 된다”며 본인은 과학자이기에 기록에 중심을 두고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사진 철학에 얘기했다.

또한 사진은 순간의 예술이기에 그 무엇보다도 시기가 중요하며, 단 한 컷을 위해서몇십 킬로를 달릴 수도 있는 열정이 있어야 좋은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고.

더불어 우리나라도 신약개발과 관련된 모든 과학기술이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기에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계속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국제적 신약이 다수 나올 것이라며 20개 정도의 세계와 경쟁하는 신약이 나오는 시기가 곧 선진국에 올라서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사진도 신약개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을 때야만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

끝으로 권 순경 교수는 현재 간암 항암제를 개발 중이며, 금년 내 전 임상을 마친다는 약학과학자로서의 계획과 한 단계 한 단계 사진작업을 축적해나가 머지않아 정식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싶다는 사진가로서의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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