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일?
화이자社의 올해 3/4분기 순이익이 15억9,000만 달러·한 주당 22센트에 그쳐 33억4,000만 달러·한 주당 44센트를 기록했던 지난해 동기에 비해 52%나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나 그 사유에 궁금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화이자측이 발표한 3/4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또 매출액도 전년동기보다 5% 감소한 122억 달러에 그쳐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125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이자의 분기별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4년여만에 처음있는 일.
이에 따라 화이자측은 2005 회계연도 전체의 이익예상치도 원래 제시했던 수치에 비해 9.4% 축소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06·2007 회계연도의 예상매출액도 내년 초까지 공개를 유보하겠지만, 하향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초 화이자측은 2006·2007 회계연도 모두 최소한 10% 이상의 이익증가를 실현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이날 발표가 나오자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화이자의 주가는 오후 한때 8.22%(1.97달러) 하락한 22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는 지난해 12월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수준인 데다 화이자株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0년 7월 당시의 49달러에 비하면 55%나 빠져나간 수치이다.
세계 최대의 제약기업인 화이자의 주가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요 제품들의 잇단 특허만료 임박과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의 특허소송 등 악재가 겹친 최근의 상황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리피토' 특허소송의 경우 화이자측이 패배하면 오는 2007년부터 제네릭 제형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2007년이면 당초 화이자측이 예상했던 것보다 4년여가 앞당겨진 것에 해당하는 시점.
게다가 베스트-셀링 관절염 치료제로 자리매김되어 왔던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에 심장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제품라벨에 추가로 삽입된 이후로 매출이 44%나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관절염 치료제인 '벡스트라'(발데콕시브)의 경우 피부질환의 일종인 스티븐스-존슨 증후군(또는 피부점막안 증후군) 발생과의 상관성으로 인해 지난 4월 아예 회수된 상태이다. '벡스트라'는 지난해 12억9,000달러로 준수한 매출실적을 기록했던 제품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실데나필) 또한 최근 비동맥 전방 국소빈혈성 시신경장애(NAION; non-arteritic anterior ischemic optic neuropathy)로 인한 시력상실 위험성이 제품라벨에 추가된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항경련제 '뉴론틴'(가바펜틴)과 항감염제 '디푸루칸'(플루코나졸), 항고혈압제 '아큐프릴'(퀴나프릴) 등도 제네릭 제형들과의 경쟁에 직면하면서 매출이 적잖이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론틴'의 경우 매출감소폭이 80%에 달했을 정도라는 것. 이들 3개 제품들은 지난해 총 4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던 효자품목들이다.
돌이켜보면 화이자는 2000년대 들어 워너램버트社와 파마시아社를 잇따라 인수함에 따라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하면서 지난해까지 매출과 이익이 강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매년 70억 달러 안팎을 R&D에 투자했음에도 불구,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항우울제 '졸로푸트'(서트라린)와 항고혈압제 '노바스크'(암로디핀)이 2007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인 셈.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화이자는 '리피토'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2008년에 이르면 매출점유율이 최대 30%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 '리피토'는 이미 화이자의 전체 매출액 중 2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품목이다.
'리피토'는 3/4분기 매출이 28억9,000만 달러에 달해 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화이자가 이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루머도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화이자의 행크 맥키넬 회장은 그 같은 루머에 대해 "최소한 가까운 장래에는 M&A를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가능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