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제약사 vs. 잘~ 나가는 제약사
쉐링푸라우 "활짝", 일부 BT社 터널 속으로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5-04-19 17:30   수정 2005.04.22 11:34
주요 제약기업들의 1/4분기 경영실적 공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각 사별로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분위기가 역력히 눈에 띄고 있다. 최근 수 년째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계속해 왔던 쉐링푸라우社가 완연한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는가 하면 애보트 래보라토리스社의 경우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매출성장세를 과시했다. 반면 몇몇 BT 메이커 등은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했거나 R&D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함에 따라 전체 재직자의 30~40%가 '자의반타의반' 회사를 떠나가고 있다.

■ 잘나가는 제약사
4월 말로 접어들면서 화이자·일라이 릴리·머크&컴퍼니·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존슨&존슨 등 메이저 제약기업들의 1/4분기 경영실적이 이미 발표되었거나,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성적표를 보여줄 제약사로 단연 쉐링푸라우와 와이어스가 손꼽히고 있다.

최근 몇 년째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던 쉐링푸라우社는 환골탈태(turnround) 전략의 가시적 성과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쉐링푸라우社는 와이어스社와 함께 주요 제약기업들 가운데 드물게 두자릿수 매출성장률을 기록했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실제로 쉐링푸라우는 1/4분기에 2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12%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쉐링푸라우의 부활을 선도하고 있는 품목들로는 머크&컴퍼니와 코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새로운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마이브)과 '제티아'(에제티마이브)가 손꼽히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고 보면 2년 전 위기에 빠진 쉐링푸라우에 부임했던 프레드 핫산 회장은 2005년부터 성장궤도에 재진입하고, 2006년부터 평균 15% 안팎의 이익성장을 거듭할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그가 신임회장을 맡아 회사를 이끌기 시작했던 지난 2003년 4월 당시 쉐링푸라우는 경쟁심화에 따른 핵심제품들의 매출급감, 임직원들의 사기저하, 회사 경영전략의 차질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형편이었다.

핫산 회장은 그러나 "영업인력을 감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마케팅 노력을 배가시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이와 함께 생산공장에서 노출된 문제점과 잇달았던 소송을 타결짓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일까? 최근들어 쉐링푸라우는 희망적인 징후들이 줄을 이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독일 바이엘社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한 결과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바데나필)를 비롯한 처방약 제품들의 마케팅에 자사의 막강영업력을 십분 활용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지속형 천식치료제 '아스마넥스'(모메타손 푸로에이트)가 FDA로부터 허가를 취득하는 희소식이 따랐다. 여기에 달러화의 약세를 등에 업고 최근 세계시장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애보트 래보라토리스社는 제약사업 부문의 1/4분기 매출액이 18억7,000만 달러에 달해 전년동기에 비하면 20.1%나 수직상승했다고 19일 공개했다.

이날 애보트측은 "항생제 '비악신'(클라리스로마이신)과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아달리뮤맙) 및 '모빅'(멜록시캄)의 수요폭주에 힘입어 이처럼 돋보이는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휴미라'는 1/4분기에만 2억8,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에 비해 89%나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베링거 인겔하임社와 코마케팅을 전개 중인 '모빅'도 '바이옥스'(로페콕시브)가 리콜조치된 데다 COX-2 저해제 전반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른 분위기를 등에 업고 2배 이상 신장된 2억9,300만 달러의 실적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비악신'과 '옴니세프'(세프디니르)도 제법 맹위를 떨친 인플루엔자 시즌 덕택에 1/4분기 매출이 45%나 급증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애보트측은 '비악신' 매출의 70%를 점유하는 서방형 제제 '비악신 XL'의 올해 매출이 10억 달러대를 넘어설 것으로 낙관했다.

'휴미라'와 관련, 애보트측은 올해 13억 달러 고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4/4분기경 건선성 관절염과 류머티스 관절염 등의 적응증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콜레스테롤 조절제 '트라이코'(페노피브레이트) 또한 올해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호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속쓰림 치료제 '프레바시드'(란소프라졸)와 전립선암 전이 억제용 테스토스테론 제제 '루프론'은 매출이 각각 13%·6% 감소했다고 밝혔다. 숨김없이 공개하는 것에서 강한 자신감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 잘~ 나가는 제약사
"재직인력의 39%가 회사를 나가게 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州 샌디에이고에 소재한 생명공학기업 라 졸라 파마슈티컬社(La Jolla)는 개발을 진행해 왔던 루푸스 치료제 '리퀜트(아베티무스)'의 FDA의 허가취득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처럼 대대적인 구조조정 플랜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20일 발표했다.

라 졸라측은 "인력감원 작업이 곧바로 착수될 것이며, 2/4분기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소요될 퇴직수당의 90% 가까운 액수가 1/4분기에 지출될 것이라고 밝혀 찬바람이 즉각 불어닥칠 것임을 시사했다.

아닐 나스닥에서 라 졸라의 주가는 1.42달러에서 63센트로 폭락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州 시애틀에 있는 또 다른 BT 메이커 크사이트 테라피社(Xcyte Therapies)는 지난달 말 재직인력의 24%를 감축하고, R&D 조직을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AIDS 등 2개 질환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이미 연구가 상당정도 진행된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와 비 호지킨 림프종 치료제의 임상시험 착수는 한 동안 유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사이트측의 이번 발표는 지난 2월 FDA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의 임상 2상 및 3상 시험계획을 리디자인하도록 주문함에 따라 허가일정의 지연이 불가피해지자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발표가 나오자 크사이트의 주가는 2센트 떨어진 1.55달러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라 졸라와 크사이트가 차후 구조조정의 진전도에 따라 재직자들이 추가적으로 회사를 떠나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에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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