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메이저 제약기업인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는 "앞으로 2년 동안 전체 임상시험의 30% 정도를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국가들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지난해 10월 발표했었다.
다른 유수의 제약기업들도 CRO 업체들과 임상시험 위탁계약을 맺고 세계 각국에서 피험자를 충원하는 등 같은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국, 인도, 폴란드 등 최근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서구의 제약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비용절감, 피험자 확보의 용이함, 조속한 시험진행, 해당국가 의사들에게 첨단신약에 대한 인지도를 제고하는 효과 등 많은 이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인도의 경우 올들어 새로운 특허법이 제정됨에 따라 현지에서 파트너를 구하는 서구의 제약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미국 플로리다州 올랜도에서 9일 열린 미국 심장병학회(ACC) 학술회의에서 사노피-아벤티스/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와 아스트라제네카社가 항응고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 및 베타차단제 '토프롤 XL'(메토프롤롤)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것은 단적인 사례.
이 임상시험은 중국에서 총 4만6,000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임상시험들은 이제껏 중국에서 착수되었던 것으로는 최대 규모의 임상 진행사례였던 데다 심장마비 관련연구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 이 시험을 진행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피험자 1인당 12달러, 총 3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는 후문이다.
시험진행을 총괄했던 영국 옥스퍼드大의 젱밍 첸 박사는 "같은 임상시험을 미국에서 진행했다면 아마도 최소한 10~20배 이상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시험 진행장소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국가들의 장점이 비단 비용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에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가령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의 경우 피험자를 충원하기가 날로 힘들어지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단시일 내에 원하는 만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사한 성격의 임상을 진행하려는 경쟁업체가 없다는 것은 그 같은 이점을 가능케 하는 한 이유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개발도상국 피험자들은 대체로 다양한 약물을 복용했을 확률이 낮은 편이어서 예기치 못했던 약물상호작용의 돌출로 임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도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고 보면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아시아와 동구권으로 눈길을 돌리는 제약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당연지사인 셈.
첸 박사는 "간혹 중국이나 인도의 R&D 인프라에 편견을 표시하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 지출할 비용에 비하면 환상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잘라말했다. 아시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에서 도출된 결론을 서구인들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첸 박사는 "한 예로 심장마비 증상의 본질은 중국인들이나 미국인들이나 마찬가지"라며 차이를 명확히 입증한 증거자료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에딘버러에 소재한 컨설팅업체 우드 맥켄지社의 레인 클라크 파트너는 "전통적인 메이저 제약시장의 경우 앞으로 10~15년 동안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도 등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갈까요? 인도로 갈까요?
대중가요의 노래가사라고 생각했다면 오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