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치료 신약 잇단 출현
최신 연구사례 다수 선봬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1998-10-08 13:24   
편두통으로 고통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당사자의 '삶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수마트립탄(sumatriptan)이 나오기 前까지만 하더라도 편두통 완화를 위한 응급치료약을 처방해 줄 수 있는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단지 환자들에게 "한숨 푹 자고, 안정을 취할 것과 몇가지 진통제를 복용하라"고 권하는 정도의 일밖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편두통이 일어나면 환자는 고통스러워하고 기분이 극도로 저하되며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데다 언제 편두통 증세가 또 나타날지 알 수 없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곤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 12차 편두통협회 국제 심포지엄(Migraine Trust International Symposium)에서 발표된 최신 연구논문들을 보면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준다는 지적이다.

의사들도 이제는 다양한 트립탄 약물들 가운데 최적의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장차 새롭고 다양한 치료제들의 출현도 기대된다고 하겠는데, 여기에는 질산염, 도파민, 뉴로스테로이드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포함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박멸하는 연구도 착수되고 있다.

트립탄계는 급성 편두통에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낸 첫 번째 치료약으로 꼽히고 있다. 91년 그락소 웰컴이 수마트립탄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章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수마트립탄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어 그락소측이나 경쟁사들 모두 풀어야 할 과제를 갖고 있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한예로 제네카의 졸미트립탄이나 그락소의 나라트립탄, 그리고 가장 최근에 선을 보인 트립탄系 약물인 머크의 리자트립탄 등은 경구복용시 수마트립탄에 비해 생물학적 효용성이 우수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리자트립탄은 Tmax 도달시간이 1.3시간 이내여서 수마트립탄의 2.5시간에 비해 빨랐다. 결과적으로 리자트립탄 10㎎은 수마트립탄 100㎎ 보다 빠른 2시간 이내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머크측은 임상 3상에서 리자트립탄이 1,800명의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40,000회 이상의 편두통 발병사례 중 90% 이상에서 2시간 이내에 통증을 경감시켰다고 밝혔다. 게다가 리자트립탄은 광선공포증이나 고성공포증 등 다른 편두통 증세도 감소시켰다.

머크는 또 리자트립탄을 용해제형(Melt wafer formualtion)으로도 출시, 동일한 용량이면서 보다 용이하게 정제로 복용이 가능토록 했다.

단순한 "복사품"(me-toos) 수준 이상의 다른 트립탄계 제품들도 활발히 개발 중에 있다.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부 환자들은 한가지 트립탄 계열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약을 복용시켰을 때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뱅가드 메디카社의 경우 腦 선택적(cerebroselective) 5-HT1B/1D 촉진제(agonist)인 프로바트립탄(VML 251)을 개발 중에 있는데, 이 약물은 최근 용량결정을 위한 관련연구(dose-ranging study)에서 보다 효과적인 결과가 도출됐다는 내용이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여기서 '腦 선택적'이란 프로바트립탄과 리자트립탄이 심장허혈 부작용이나 다른 예기치 못했던 부작용들을 피할 수 있게끔 해준다는 뜻.

실험은 1,442명의 환자들에게 0.5㎎에서 40㎎ 사이의 1회 용량 약물이나 플라시보를 임의로 투여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2.5㎎이 조금 넘는 복용량에서 환자의 51~72%가 4시간 후 편두통 증세경감 효과를 보였다.

플라시보의 경우 35% 수준에 머물렀다. 복용량을 2.5㎎ 보다 많이 늘렸다고 해서 효과가 향상되지는 못했으며, 오히려 옹량의존적으로 부작용 발생 정도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뱅가드 메디카社는 2.5㎎ 용량의 제품을 적극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바트립탄에 대한 판권은 최근 스미스클라인 비참으로부터 뱅가드로 넘어갔다. 또 다른 트립탄계 약물인 화이자의 엘레트립탄도 효과가 입증됐다.

이는 1,151명의 편두통 환자들을 대상으로 40㎎ 또는 80㎎의 엘레트립탄이나 플라시보를 투여한 결과 입증된 것이다. 플라시보群의 19%가 약물투여 2시간 이내에 두통이 완화됐다.

반면 40㎎ 또는 80㎎의 엘레트립탄을 투여받은 群에서는 증상이 완화된 경우가 각각 62%와 65%에 달했다. 플라시보群의 3%와 40㎎ 또는 80㎎을 투여받은 群에서 각각 32%와 34%가 두통이 완전히 사라졌다.(being headache free) 게다가 플라시보群 중 34%와 엘레트립탄 투여群의 57% 및 54%에서 구역증상이 완화됐다.

광선공포증과 고성공포증에 대해서도 같은 효과가 목격됐다. 엘레트립탄 투여群에서는 또 두통(headaches)이 재발된 경우가 적었다. 효과가 나타났던 플라시보群 중 40%는 24시간 이내에 증상이 재발했다.

40㎎의 엘레트립탄을 투여받은 群에서는 30%, 80㎎을 투여받은 群에서는 21%가 24시간 이내에 재발됐다.

한편 다른 세로토닌계 수용체(serotonergic receptors)들이 잠재적인 타게트로 부각되고 있다. 한예로 릴리의 LY334370은 5-HT1F 수용체를 타게트로 한 것으로 신경성 염증 모델에서 활성 및 혈관작용성을 나타냈다.

첫 번째 임상실험(human study)에서 LY334370은 1회에 400㎎ 투여시에도 내성을 보였는데, 현재 릴리는 시냅틱社(Synaptic)와 공동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세로토닌계 약물의 시대는 얼마남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약물에 대한 초기단계의 연구들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예로 편두통에 대한 최근연구들은 P/Q 칼슘채널에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추신경(Central neurons)과 관련해서는 칼슘길항제가 심혈관계에 나타내는 효과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가족 마비성 편두통(familial hemiplegic migraine)과 드물기는 하지만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rare autosomal dominant condition)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최신연구에 따르면 P/Q 亞單位(subunit) 중 알파 1 亞單位에서 4가지 형태의(four point) 돌연변이가 목격됐다.

드물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가족 마비성 편두통은 분명 편두통의 한가지 형태로 좀 더 흔하게 나타나는 다른 형태의 편두통들과 관련성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크 등 일부 업체들은 편두통 치료와 관련하여 P/Q 칼슘채널로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을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P/Q 길항제들은 간질 및 만성·발작성 운동실조는 물론 신경세포 괴사(neuronal cell death)에서 중요한 역할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화질소(Nitric oxide)는 인체내 도처에서 발견되는 만큼 이번 학술회의 석상에서도 주된 논의의 대상이었다. 산화질소(NO)는 고통을 조절하고, 혈관확장 因子로 작용한다.

더욱이 산화질소 합성(synthase) 억제제 N-나이트로-L-아르기닌 메틸에스테르(L-NAME)는 동물에서 진통제로 작용한다. 정맥내에 주입된 L-NAME은 통증이나 다른 편두통 증상을 완화시켜 주었다.

산화질소의 역할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가 혈액내 기초 산화질소値(basal NO levels)가 통제시 보다 높게 나타났음이 84명의 이탈리아인 편두통 환자들에 대한 연구사례에서 제시됐다.

많은 연구팀들이 다양한 증상들에 적용되는 산화질소 길항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는 편두통을 일으키는 주요 물질들을 규명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파민도 편두통 발병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심포지엄 기간 중 도파민과 관련된 이같은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사례들이 발표됐다. 한예로 이탈리아에서 수행된 연구는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말초혈액 림프구에서 나타나는 D3 및 D4 수용체의 조절강화작용(up-regulation)을 입증했다.

도파민 길항제는 급성 편두통을 완화시켜 주며, 도파민 수용체 계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짐에 따라 보다 적절한(tailored) 치료제 출현에 대한 기대를 높여줬다.

초기연구들을 통해 뉴로스테로이드와 뉴로펩타이드의 역할도 규명되고 있다. 실제로 코켄시스(CoCensys)가 개발한 합성 뉴로스테로이드 가낙솔론(ganaxolone)은 200㎎ 또는 500㎎을 경구복용한 후 약물의 혈장値(plasma levels)가 80ng/㎖를 초과한 환자들의 61%에서 편두통을 완화시켰다.

더욱이 최근연구에 따르면 두통(headache)이 칼시토닌 種(gene-related) 펩타이드의 방출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차신경계(trigeminal system)의 활성화가 편두통 발생과정에 있어 가장 주된 경로임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혈관작용성 腸管 펩타이드(vasoactive intestinal peptide)는 군발성 두통 및 만성 발작성 두통에 관여하며, 울혈이나 鼻漏 등과 같은 코에 나타나는 질환들의 근본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로펩타이드와 편두통 간의 연관성은 수마트립탄 투약치료시 통증이 완화됨으로써 뉴로펩타이드의 방출량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를 통해 보다 확실해졌다. 이 연구는 편두통의 복잡한 병리기전을 규명하는데 도움을 줌은 물론 새로운 치료목표를 제시해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하게 보인다고 해서 모두가 임상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예로 일부 연구사례들에 따르면 P라는 물질이 뇌 맥관계나 뇌핵 모두에 대해서 편두통 발생에 관여하고 있음이 시사된 바 있다. 그 결과로 일부 업체들이 P 수용체 NK1의 길항제를 개발했다.

그러나 63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이들 NK1 길항제들 가운데 하나인 그락소 웰컴의 GR205171의 경우 플라시보 보다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NK1 길항제들도 적어도 급성 편두통에 대해서는 이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다만, NK1 길항제들이 편두통의 예방과 관련해서는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여성 호르몬의 변화가 많은 편두통 발병사례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구용 피임약과 호르몬 대체요법은 편두통에 걸리기 쉬운 여성들에게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에스트라디올은 월경기간 중 편두통(menstrual migraine)을 막아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다른 호르몬 조절제들도 월경기간 중의 편두통을 완화시켜 주는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것은 H-파이로리 감염과 편두통 간에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점. 이탈리아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간질의 전조증상은 없으나(without aura) 편두통을 앓고 있는 여성들의 43%가 H-파이로리 양성을 나타내 통제群의 14%와는 대조를 보였다.

이는 우연의 일치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수치. H-파이로리에 감염되면 혈관작용인자의 생성을 포함한 면역반응을 나타내는데, 이를 제거할 경우 편두통 증상이 완화됐다.

연구팀은 105명의 편두통 환자들을 치료했다. 이 환자들은 H-파이로리에 양성을 보인(가장 많은 경우로 전체 편두통 환자들의 48%에 달했음) 경우로 일주일동안 아목시실린(1일 2회 1g)이나 클라리스로마이신(1일 3회 250㎎) 등의 프로톤 펌프 저해제를 복용시켰다.

이 방법(regimen)은 전체 환자들의 84%에서 감염을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가운데 23%는 편두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23%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 중에서도 75% 정도는 편두통의 발생빈도와 지속기간이 줄어들었다. 편두통이 사라지지 않은 환자들 중에서는 전혀 증상개선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편두통 시장은 제약업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오늘날 전체 영국인들 가운데 10% 정도가 편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다.

트립탄계의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수마트립탄의 경우 매년 10억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트립탄계열의 신약들이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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